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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軍수사 못믿겠다" 성추행 사망 딸 이름·얼굴 공개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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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 모 중사 부친이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에서 딸의 사진을 들고 군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2021.9.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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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상관들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은폐‧회유 압박으로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공군의 고(故) 이예람 중사의 유족 측이 직접 언론에 이 중사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군의 부실수사를 더는 믿을 수 없다며, 특검을 도입해 달라고 촉구하면서다.

이 중사 부친은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예람 공군 중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들을 엄벌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인권센터도 “이 중사와 관련된 수사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를 찾기 어렵다”며 “국방부 검찰단은 상식을 벗어나는 피의자들의 진술을 받아들이고, 모든 문제 원인을 이들의 개인적 일탈로 짜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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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故 이 중사의 아버지가 발언을 하고 있다. 故 이중사의 아버지는 '군의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 '마지막 기회인 특검 촉구한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26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공군 법무실과 가해자 측 법무법인 간 통신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청구된 통신영장이 군사법원에서 무더기 기각됐다. 통신영장 청구 대상은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정상화 전 공군참모차장, 이성복 공군 제20비행단장 등 공군 수뇌부 3명과 가해자 측 로펌 소속인 예비역 관계자 2명 등 5명이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로펌 관계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국방부검찰단은 조만간 이 중사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21.9.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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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중사 부친은 딸인 이 중사의 실명과 사진을 직접 공개했다. 유족 측은 “이 중사를 사망에 이르게 만든 이들에 대한 처벌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달 7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수사 관계자인 공군본부 법무실장,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사 등 8명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다.

군인권센터는 “권고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이 이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부실수사, 지연수사, 편파수사의 책임을 지고 기소된 사람은 한명도 없게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성역 없는 엄정 수사를 지시하고 국방부 장관이 창군 이래 특임군검사까지 임명하며 공군 수사 관계자들의 수사를 진행하게 했으나 모두 말 잔치에 불과한 상태가 된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특히 군이 피의자들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태도 역시 엿보인다며 “국방부검찰단은 수사심의위에 출석해 상식을 벗어나는 피의자 진술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사실상 피의자 변호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피해자 사망 직후 20비군검사가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점을 두고, 검찰단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가해자가 자살할까 봐 청구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군검사의 변명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사 부친은 “엄정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사건 발생 후 여덟 번이나 만난 국방부 장관의 태도에서 수사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수사가 끝날 무렵이 다가오니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에서 중요 위치에 있던 공군 법무실장과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 등이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받은 데다 1·2차 가해자 외에 불구속기소 된 피의자들도 군 검찰의 허술한 기소로 빠져나올 수 밖에 없는 상태”며 “예견된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을 보니 우리 딸이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들 모두 수사 대상인데 군이 재수사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여야 합의로 특검 도입을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2014년 군 내 가혹 행위로 사망한 고 윤일병 모친도 참석해 이 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윤 일병 모친은 “당시 아들이 음식을 먹다 기도가 막혀 사망했다는 수사관의 진술과 군의 발표, 부검의의 부검 결과가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사망 3개월 뒤에야 진실이 밝혀져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지만, 지휘관과 수사관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의 잘못을 군이 수사해야 한다는데 대체 몇 사람이 더 죽어야 그런 말을 안 할 것인가”라며 “이제라도 특검을 도입해 민간이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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