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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팩트체크]국민대 김건희 논문 처리는 지침 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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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시효 폐지한 연구윤리지침, 정부지원 연구에만 국한

법제처 “대학 자체 규정, 검증시효 유지해도 위반 아냐”

국민대 “김씨논문, 연구비신청에 활용했다면 조사 가능”

이데일리

사진=국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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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학위논문에 대해 ‘검증시효가 지나 본조사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국민대에 융단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검증시효를 폐지했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던 국민대가 정작 김씨 논문에는 시효를 적용, 본 조사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대, 교육부 지침 위반” 주장은 거짓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논란의 핵심은 국민대가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연구윤리지침)을 위반했느냐다. 교육부는 2011년 연구윤리지침을 개정, 검증시효를 폐지했다. 표절·중복게재 등 연구부정 의혹이 제기된 논문의 검증에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는 학계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문제는 이런 연구윤리지침이 대학에서 생산된 모든 논문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논문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며, 각 대학은 이를 준용해 내부 연규윤리규정을 만들 수 있다.

정부 연구개발사업을 관리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윤리 실무 메뉴얼은 ‘원칙상 정부 지원에 의한 연구에서는 시효 없이 과거 모든 연구가 검증대상이지만, 학위 논문 등 대학·연구기관이 자체 수행한 연구에선 자체 규정 개정이 없을 경우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 여전히 시효가 적용되므로 검증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한 논문은 시효 없이 검증해야 하지만 이와 관계 없는 학위논문에 대해선 규정 개정이 없을 땐 시효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국민대도 2012년 9월 개정된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을 통해 ‘연구부정행위 제보에 대해선 시효와 관계없이 검증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개정 이전인 2012년 8월 31일까지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만 5년이 경과해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고 명시,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연구윤리지침과 대학 자체 연구윤리지침이 서로 상충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2011년 연구윤리지침에서 검증시효를 폐지한 뒤 각 대학에 이를 독려하기 위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대학 자체 연구윤리지침에는 (교육부 연구윤리지침과 달리) 검증시효 규정을 둘 수 있다“고 회답했다. 교육부 연구윤리지침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윤리지침을 제정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일 뿐 대학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정은 아니라고 본 셈이다.

특히 법제처는 “대학 자체윤리지침에 교육부 연구윤리지침과 다른 내용이 규정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행 연구윤리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교육부 연구윤리지침은 국고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활동에 한해서만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뜻이다. 국민대도 이런 점 때문에 검증시효를 명시하면서도 ‘5년이 경과한 부정행위라도 피조사자가 이를 재인용해 연구비 신청 등에 사용했을 경우에는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뒀다. 이는 정부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 해당 논문을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부칙이다.

“김씨 논문 추가 의혹 드러나면 조사할 것”

결론적으로 국민대 내부 규정이 교육부 훈령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또 국민대가 내부 규정에 따라 김 씨의 논문을 처리했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국민대 외에도 서울대·경북대·경희대·동국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의 대학이 내부 규정에 검증시효를 두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2020년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4년제 대학 170곳 중 42곳이 검증시효를 폐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대에 따르면 연구부정 의혹을 받는 논문은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이 논문으로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표절 시비와 아이디어 침해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대는 김 씨가 해당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시점이 2008년이라 검증시효가 지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씨가 이를 연구비 신청 등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검증시효 없이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대 내부 규정상 해당 논문을 재인용, 연구비 신청 등에 활용했다면 이를 처리할 수 있어서다. 국민대 관계자는 “예비조사 단계에서 해당 논문을 재인용해 연구비 신청 등에 활용했는지 살폈지만 드러난 것이 없어 검증시효를 적용,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향후 추가 의혹이 드러난다면 본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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