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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준석, ‘곽상도 연루’ 알고도 대선주자 “화천대유 하십쇼” 방치... 위기관리 능력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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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관련, 곽상도 의원 아들 관련설을 사전에 입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열흘 넘게 방치한 것에 대해 야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에도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을 묵히는 동안, 야당 대선 주자들은 TV토론회에서 “화천대유 하십시오”라는 인사를 꺼내며 의심하지 않고 대여(對與) 공격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가든스위트 호텔에서 열린 LA 재외동포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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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곽 의원 아들과 관련한 내용을 추석(지난 21일) 전에 인지했다고 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정당에 있으면 많은 제보를 받게 된다”고 답했다. 추석 전 제보를 통해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는 지난 18일부터 시작됐고, 곽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보도가 나온 시점이 26일. 이 전 대표가 약 열흘 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같은 제보를 검증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내 주요 대선 주자들은 지난 23일 2차 TV토론회에서 “화천대유”라는 세간의 조롱 섞인 인삿말을 스스럼 없이 전했다. 당시 하태경·원희룡 두 명의 후보는 첫 인사말로 각각 “화천대유 꼭 하십시오. 천화동인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이번 추석 명절에 화천대유 하셨냐”고 했다.

이 같은 표현은 별다른 계산 없이 여권 대선 주자를 비판하는 카드로만 쓰였다. 실제 두 후보측은 조선비즈에 지난 23일 토론회 당시만 해도 곽 의원 관련 제보는 금시초문이었다고 밝혔다. 한 캠프 관계자는 “우리당 인사 관련설을 알았다면 후보가 그렇게 인사를 했겠나”고 했다.

게다가 이 시기 이 대표는 미국 출장까지 다녀왔다. 지난 22~27일 미국 워싱턴, 뉴욕, LA 등을 차례로 방문해 커트 켐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그레고리 믹스 하원외교위원장 등 미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대북·대미 정책을 알리는 일정이었다. 미국 현지 동포들을 만나 재외국민 투표도 독려했다.

그러나 곽 의원 아들에 대한 최초 보도 시점(26일)에 미국에 머물면서, 이 대표의 상황 대응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미국에서 곽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언급하고 이를 위한 긴급 최고위원회가 소집되는 사이에, 곽 의원이 먼저 탈당계를 제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외에 있는 동안 통신 상황이 원활치 않아 보고를 자세히 받지는 못했다”고 했다.

첫 단추를 잘 못 꿴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곽 의원에 대한 당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당내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곽 의원은 제명했어야 했다”고 했고, 일부 초선 의원들은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시점에 미국을 꼭 다녀왔어야 하나”라며 “이 대표가 국내에 머물면서 상황 관리를 주도했다면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는 추석 전 제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제보를 검증하기 전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보고받았던 내용만 해도 곽 의원의 이름과 더불어 서너명의 인사에 대한 의혹 제기도 같이 있었다”며 “(지도부가) 그런 부분에 대해 사실을 검증하고 움직여야 했고, 실제로 이런 정보가 입수된 경로도 정확히 파악해야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을 향해 ‘뭉개려고 한 게 아니냐’는 공세를 벌이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것(곽 의원 아들의 고액 퇴직금)을 알고도 우리 당의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면서 ‘화천대유는 누구것이냐’고 외치는 이중성, 그 얼굴이 참으로 궁금하다”고 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여당의 공격 빌미까지 제공한 셈”이라고 했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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