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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카카오를 위한 변명] ②카카오는 독과점 공룡? 알고보니 절대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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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기자]

'동네북'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최근 연일 정치권과 정부부처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카카오 얘기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아냥과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카카오다. 정말 그럴까?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만들어낸 또다른 가치는 없을까? 테크M은 카카오를 위한 변명을 해보려고 한다. 벤처 생태계 선순환을 이끈 카카오, 매출 성장보다 국민 생활 편의성에 주력했던 카카오,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낸 카카오의 이야기를 담는다. 동전의 양면을 모두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편집자 주>

카카오의 가파른 성장은 골목상권 침탈 의혹과 독점 논란으로 이어졌다. 실제 주가는 그랬다. 불과 2년새 3배 가량 기업가치를 불렸다.

그런데 막상내실을 들여다보니 카카오는 여전히 수익보다 '공익플랫폼'에 가까운 모습이다. 국내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구조는 악화일로에서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다. 수익화보다는 국민들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던 기업이 카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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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공기업?...돈 번지 고작 2년만에 미운털

불과 3년전인 지난 2018년 4분기, 카카오는 영업이익률 0%대를 기록하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가지고도 돈을 못 버는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민이 활용하는 카카오톡과 카카오택시를 손에 쥐고도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수익모델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까 신중에 신중을 더하며 수익구조 안착을 미룬 탓이다. 대신 연간 조단위에 가까운 투자와 기술 고도화 덕에 전국민 코로나19 관리를 대행할 정도로 국가적 인프라를 쌓았다. 무료로 전국민이 활용하는 QR체크인, 전세계적인 모범사례로 보고되고 있는 공적 마스크 정보 제공 시스템, 빠르고 신속한 잔여백신 예약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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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카카오는 카톡 내 광고판과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을 확충했다. 특히 지난 2018년 여민수 조수용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은, 새로운 광고모델 '톡보드'를 만들어내며 드디어 적자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두사람은 각각 광고와 브랜드로 전문가로서 이용자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광고모델 톡보드를 고안했다. 여기에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지며 국내 광고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채널로 거듭났다.

특히 중소형 광고주들을 배려한 다양한 상품군 구성을 통해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실제 현재 카카오의 매출에서 톡비즈 기반의 톡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이는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로 손쉽게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아니다. '돈 잘 버는 카카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독점 사업자도 아닌데...억울한 카카오

10년 가까이 공익플랫폼 역할를 자임해온 카카오지만 최근 2년간의 급격한 성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미운털이 박히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카카오톡을 제외하면 독점적인 서비스도 별로 없다. 매출 역시, 최근 몇년새 급성장해서 겨우(?) 4조원대로 올라섰다.

예컨대 막강한 음원 1위 '멜론'의 경우, 유튜브뮤직의 공세 속에 절대 1강 자리가 흔들린지 오래다. 일부 출판사들의 반발 탓에 이목이 쏠려있는 웹툰-웹소설 분야 역시, 네이버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인터넷 산업의 핵심근간인 검색점유율은 5% 수준으로 네이버와 비교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이커머스의 경우, 매출은 약 5700억원으로 전체 사업자 중 중위권에 턱걸이를 하고 있다. 연간 14조원에 달하는 쿠팡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으로 3조원에 달하는 인터파크와 비교해도 6분의1 규모다.

금융시장의 메기로 불리는 카카오뱅크 역시 이용자 숫자는 1위지만, 은행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순이자마진과 매출은 4대금융지주와 비교불가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매출은 약 8000억원으로 20조원을 상회하는 시중은행과는 결이 다르다. 최근 기업공개를 잠시 미룬 카카오페이 역시 시장점유율은 네이버페이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은 2500억원으로 기존 카드사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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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등을 돌린 원인으로 꼽히는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카카오 입장에선 억울하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10년간 무료서비스를 이어온 덕분에 택시를 '길가에 서서 잡는 것'에서 '집 앞으로 부르는 것'으로 택시 문화 자체를 바꿨지만, 누적적자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수익모델이던 유료콜 서비스도 택시업계와 여론의 반발 탓에 접었다. 대리운전 분야도 업계 1강으로 올라섰지만, 기존업체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그룹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원 수준으로 영업이익 역시 5000억원 규모다. 이는 국내 기업 중 134위로 두산밥캣, 파리크라상, 한국동서발전, 롯데손해보험 등 중견기업과 유사한 규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메신저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는 탓에 삼성-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과 비슷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 안을 뜯어보면, 돈을 버는 사업이 많지 않은데다 플랫폼 사업자라는 멍에 탓에 광고판 외에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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