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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기이륜차 스타트업 창업자의 꿈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을 선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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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전기이륜차 선도국은 흥미롭게도 중국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환경규제가 워낙 강력해서다. 커지는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중국산産이 넘쳐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전기이륜차를 선보이겠다"면서 전기이륜차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 CEO가 있다. 김도현(26) 테서렉트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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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명이 테서렉트(Tesseract)인데, 무슨 뜻인가요?

"'4차원에서 존재하는 초입방체(hyper cube)'라고 하는 건데요. 좀 독특하게 생긴 큐브(정육면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4차원 도형이어서 3차원에선 구현이 안 되고, 사람 눈으로 볼 수도 없어요.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모빌리티(이동수단)를 선보이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사명을 그렇게 지었어요."

✚ 종합 모빌리티 기업을 말하는 건가요?

"네. 전기이륜차로 시작했지만 모든 모빌리티를 다루는 기업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 전기이륜차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전기차에 관심이 많았어요. 근데 이미 개화開花해서인지 문턱이 높더군요. 그래서 전기이륜차로 방향을 바꿨죠. 전기공학을 전공한 데다 구조도 훨씬 간단하니까 '이 정도면 뛰어들기에 충분하겠다' 생각했어요."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소자본으로 창업했다. 전기이륜차를 향한 열정이 '창업시장'으로 그를 이끌었다.

✚ 사명처럼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요?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국내에는 프레임부터 모터, 배터리팩 등 100% 국내 부품을 사용한 전기이륜차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저는 100% 국산 전기이륜차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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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하나는 뭔가요?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는 전기이륜차입니다. 국내에 시판되는 모든 전기이륜차는 배터리 교체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요. 예전에 휴대전화 배터리를 빼내서 충전했던 것과 비슷하죠. 그런데 전기이륜차 배터리는 꽤 무겁고, 그래서 번거롭죠. 그걸 개선하려는 거예요."

✚ 지금 말씀하신 것들을 현실화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건가요?

"네. 지난해 10월 모 지자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 이 내용으로 지원했는데 선정이 됐어요. 프레임은 벌써 나와 있고, 인하대 기계공학 박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안정성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출시가 되면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는 최초의 국산 전기 이륜차가 될 겁니다."

✚ 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는 하지만 개발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창업과 함께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만만찮은 중국산 전기이륜차

✚ 국내산 전기이륜차를 개발하려고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판다는 건가요?

"네. 저희가 '슈퍼쏘코'라는 중국산 전기이륜차(완제품)의 한국 총판을 맡고 있습니다. 좀 의아하겠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 뭔가요?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중국은 기술과 품질,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전세계 1위입니다. 중국 정부가 전기이륜차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서죠. 일례로 중국 도심에선 내연이륜차가 다닐 수 없어요. 그러니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공부할 수밖에 없었죠. 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다가 국산화로 진화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스타트업이니까 운영자금도 필요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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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금, 대출, 투자 등도 있을 텐데요.

"물론 각종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원이나 대출, 투자 등에만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손실을 떠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리스크와 부담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어요."

✚ 현재 총판을 맡고 있는 완제품이 많이 팔려야 개발도 원활하게 되겠네요.

"하하. 역설적이지만 그렇습니다."

✚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국산 전기이륜차를 하루빨리 개발하는 게 과제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창업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개발을 하고 있어요. 처음엔 부품의 일부만 제 손으로 바꿨고, 이후엔 디자인을 완전히 바꾼 제품을 개발했어요. 현재 이 제품들은 국토부와 환경부 인증시험을 받고 있습니다. 그 경험들은 앞서 말한 '100% 국산 전기이륜차' 개발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 모든 개발 과정이 창업 이후 딱 1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른 셈이다.

✚ 상상력을 뛰어넘겠다는 대표님의 경영철학대로라면 디자인을 바꿨다는 제품도 기대되는데요?

"현재 전기이륜차에는 없는 '크루저 스타일(손잡이가 높고 다리를 앞으로 뻗는 형태)'입니다. 환경부 인증을 받는 중인데, 아마 국내 최초의 크루저형 전기이륜차가 될 겁니다. 저도 빨리 그 제품이 빛을 봤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가 만든 크루저 스타일의 전기이륜차는 예정된 출시 시기를 훨씬 지났다. 환경부 인증이 예상보다 늦어져서다. 그 바람에 '대학생들을 위한 값싸고 멋진 전기이륜차'를 선보이겠다는 그의 마케팅 전략도 수정해야 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수십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전략을 짜놨는데, 올해부턴 보조금의 40% 이상을 무조건 가격에 반영하도록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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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대로 출시되지 못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그렇죠. 인증을 조금만 더 빨리 받았어도 더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었거든요. 더구나 자금회전이 필요한 저 같은 스타트업엔 타격이 크죠."

인증 대기 시간 줄었으면…

✚ 인증이 늦어진 이유가 뭔가요.

"사실 물리적인 시간이 좀 길어요. 안전과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환경부 인증을 해주는 곳이 전국에 3곳(인천·광양·대구)밖에 없다는 거죠. 인력이나 설비도 부족해요. 게다가 성능이 받쳐주지 않는 걸 들고 와서 인증해 달라고 하는 이들도 숱합니다. 그러니 순서를 기다리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기도 해요. 그럴 때는 좀 답답하죠.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창업한 지 1년이 막 지났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아무래도 자금을 마련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시작도 안 한 셈이니 의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진짜 제 제품들로 시장에서 경쟁한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파이팅만 있을 뿐이에요."

김 대표는 인터뷰 컷을 촬영할 때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제품으로 승부하기 전까지는 진짜 '스타트'한 게 아니란 이유에서였다. 그가 마스크를 벗을 날이 기다려진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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