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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연준 '매파' 2인 투자 논란에 사임…통화정책에 영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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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카플란·로젠그렌, '부적절한 투자' 비판에 스스로 조기 사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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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조기 사임을 발표한 에릭 로젠그젠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왼쪽)와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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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hawks) 인사로 분류되는 보스턴과 댈러스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조기 사임을 발표하면서 연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로버트 카플란(댈러스)과 에릭 로젠그젠(보스턴) 연은 총재가 오는 다음달 8일 총재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카플란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연준 임무를 방해하는 주식 거래 논란을 인정한다"며 조기 사임을 발표했다. 같은 날 로젠그렌 총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예정보다 약 9개월 일찍 은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보스턴 연은은 성명에서 로젠그렌 총재가 오랜 지병 치료를 위해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자 보스턴 연은 총재 자리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WSJ은 로젠그렌 총재도 카플란 총재처럼 부적절한 주식거래에 따른 직업윤리 비판 논란에 연은 총재 자리를 반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두 사람은 모두 파월 의장이 미 의회의 금융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기 전 하루 전에 사임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카플란과 로젠그렌 총재의 조기 사임 발표에 대해 "100년이 넘는 연준 역사상 이례적인 사퇴"라고 평가했다.

카플란 총재는 지난해부터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이 금융시장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며 조속한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등의 긴축정책 전환을 주장했다. 그런 그가 알파벳, 애플, 아마존, 보잉, 페이스북 등 주식과 펀드 100만달러(약 11억8240만원) 이상을 사고팔며 개인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로젠그렌 총재는 4개의 별도 부동산 투자신탁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위험을 공개적으로 경고하면서 정작 자신은 부동산 관련 상품 투자로 별도 이익을 얻은 것이다. 로젠그렌 총재는 연준의 정책이 주택시장의 과열을 촉발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총재의 투자행보가 알려지자 연준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연준 규정상 연은 총재들의 투자는 사적인 금융거래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고, 기조 변화를 주장한 만큼 부적절한 투자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끝내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준 인사들의 투자에 관한 규정이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규정을 바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12개 연은은 연준 산하 기관으로 지역 경제정보를 수집하고, 지역사회 개발작업에 참여하는 등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뉴욕 연은의 경우에는 통화정책 시행을 책임지기도 해 지역 연은 총재들의 공개 발언은 시장이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상하는 주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로젠그렌 총재는 보스턴 연은 총재에 재임하면서 통화정책 문제와 금융 안정성 문제에 대한 주도적인 목소리를 냈고, 지난 10년 동안 금융위기에 대한 중앙은행 대응의 핵심 부문을 감독하는 기관을 이끌기도 했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총재의 조기 사임에 따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기 사임한 두 총재가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투표권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내년 FOMC 의결권을 가질 예정이던 로젠그렌 총재가 예상보다 일찍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내년에 재편되는 FOMC 위원 구성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로젠그렌 총재 이외 로레타 메스터(클리블랜드), 제임스 불러드(샌프란시스코),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총재가 내년 FOMC 의결권을 갖게 된다.

한편 연준은 앞선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했고, 경제가 '최대 고용' 목표 쪽으로 계속 진전하면 매달 1200억달러 규모로 하는 자산 매입을 줄이는 게 곧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정확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오는 11월 또는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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