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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엠스플뉴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지독했던 유희관 아홉수…“이제 마지막 꿈은 109승, 편견 깬 상징으로 남고 싶죠.”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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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유희관, 지독했던 아홉수 끝에 통산 100승 고지 밟아

-“99승은 어떻게 달성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 마음 비우니 100승 오더라.”

-“1승, 100승 함께한 (박)세혁이에게 가장 고마워, 자기도 힘들 텐데 투수 먼저 챙겨줬다.”

-“이제 마지막 꿈은 장호연 선배님의 109승, 편견 깬 상징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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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좌완 최초 100승 고지에 오른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그동안 99승은 어떻게 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유희관에게 2021년 ‘아홉수’는 유독 지독했다. 개인 통산 100승을 단 1승만 남겼던 유희관은 전반기 3연패와 2군행, 그리고 후반기 두 차례 승리를 코앞에서 놓치는 악몽이 이어졌다.

‘아홉수’라는 단어를 손쉽게 붙일 만한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9월 1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유희관은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9회 초 2사 뒤 불펜 투수 김명신이 역전 홈런을 맞는 블론세이브로 유희관의 승리를 날렸다. 이어 9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답답함은 이어졌다. 유희관은 6점 차 리드를 안고 시작한 5회 초에서 아웃 카운트 단 하나를 남기고 강판당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나온 9월 1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유희관은 6이닝 무실점 호투와 함께 그렇게 간절했던 100승 고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등판에서 유희관은 101승을 달성했다. 지독했던 아홉수를 뚫자 그렇게 어려워 보였던 1승이 유희관에게 다가왔다. 엠스플뉴스가 아홉수를 뚫고 100승 고지를 넘어선 유희관에게 힘겨웠던 고비를 넘긴 순간과 향후 선수 생활을 이어갈 동기부여와 관련한 얘길 들어봤다.

- "어떻게 99승 했나 싶을 정도" 유희관에게 '아홉수'는 정말 지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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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시즌 유독 고개를 숙이는 날이 많았던 유희관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100승을 위한 1승, 이렇게 어려울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최대한 의식을 안 하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의식한 듯싶습니다. 한국에만 있는 ‘아홉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꼈어요(웃음). 어떻게 보면 그냥 1승인데 ‘빨리 1승을 해야 홀가분하게 다음 경기에서 던지겠다’라는 마음에 너무 의욕이 앞섰죠. 야구가 참 뜻대로 안 풀렸습니다.

2아웃 이후 블론세이브, 아웃 카운트 하나 남기고 강판 등 100승이 눈앞에서 계속 날아갔습니다.

승리는 제가 잘 던진다고 무조건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못 던져도 타자들이 잘 쳐주면 얻을 수 있는 기록이잖아요. 조금 더 마음을 비웠어야 했는데 그 순간은 매우 힘들었죠. 제가 그동안 어떻게 99승을 했지 생각이 들 정도로 1승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까 100승이 오더라고요.

2021년 유희관에겐 정말 힘겨운 한 해가 됐습니다. FA 계약이 늦어지면서 시즌 준비가 늦어진 점이 여파가 있었을까요.

시즌 준비가 늦어서 부진했단 건 프로 선수로서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 유독 제가 지닌 장점을 못 살리는 투구를 계속했지 않나 싶어요. 예전처럼 상대 타자가 칠 테면 치라는 느낌으로 자신 있게 던지면서 빠른 템포 투구를 해야 했죠. 그런데 시즌 초반 등판 내용이 안 좋으니까 안 맞으려고 어렵게 승부하려고 했어요. 볼 카운트도 불리해지고 공 개수도 많아져서 제가 지닌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유희관 선수가 좋았을 때를 떠올리면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렇죠. 오히려 안 좋을 때 더 과감하게 상대 타자를 공략했어야 했어요. 더 안 맞으려고 요리조리 빼다 보니까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렇게 주자가 쌓이면 한 방 맞고 대량 실점하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후반기 들어선 더 적극적으로 존에 공을 넣으려고 하니까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에요. 공 끝이 무뎌진 느낌도 있어서 그런 부분도 개선하려고 노력했고요.

해마다 편견을 깨오는 투구를 했지만, 2021시즌이 가장 힘든 시기였을 듯싶습니다.

가장 부진한 시즌이 되니까 많이 힘들긴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두산 팬들에게도 가장 죄송한 시즌이고요. 저도 최근 등판에서 보여준 좋은 투구 내용을 왜 전반기부터 못 보여줬을까 후회도 많이 듭니다. 남은 등판에선 후회 없이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 이제 유희관 마지막 꿈은 장호연의 109승 "구속 편견 깬 상징으로 남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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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시즌 남은 등판에선 활짝 웃는 날이 많았으면 하는 유희관의 바람이다(사진=엠스플뉴스)



100승 달성 때 호흡을 맞춘 포수가 박세혁 선수입니다. 공교롭게도 1군 데뷔 승리를 합작했던 포수도 박세혁 선수였습니다. 인연이 더 깊어졌습니다.

저에게 (박)세혁이는 정말 좋은 인연입니다(웃음). 항상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최근 99승에서 멈추고 잘 안 풀릴 때 세혁이가 먼저 연락이 와서 ‘형 힘내요, 다음에 100승 꼭 합시다’라고 위로해주더라고요. 세혁이도 올 시즌 뜻대로 되지 않는 시즌이라 정말 힘들어하거든요. 그래도 포수로서 투수들을 먼저 위로해주는 이런 부분에 정말 고마워요. 세혁이가 앞에 있을 땐 정말 고개를 흔들지 않을 정도로 많이 믿고 던집니다.

아쉽게도 9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은 어려워진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애착을 느낀 기록이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제 실력에 비해 정말 좋은 팀을 만나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것도 과분한 기록이지 않나 싶어요. 연속 10승 기록은 어려워졌어도 다른 기록을 두고 이제 목표 의식을 가지려고 합니다.

어떤 기록입니까.

두산 프랜차이즈 개인 통산 최다승 기록인 장호연 선배님의 109승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제 마지막 꿈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두산이란 팀에서 해마다 꾸준히 선발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상상도 못 했던 시절도 있었죠. 그래도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훌륭하신 선배님들의 기록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제 공이 느려도 지금까지 온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언젠가 꿈의 기록에 도달할 것으로 믿어요.

단순히 보이는 숫자뿐만 아니라 이제 ‘유희관’이라는 이름이 구속이 느려도 제구력이 뛰어나 성공한 투수로 인정받습니다. 이런 평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어떻게 보면 저만의 독특함으로 한 시대를 상징하는 투수로 평가받는 게 영광입니다. 제가 다른 투수들과 똑같은 구속이었다면 이렇게 주목받지 못했을 듯싶어요. 공이 느려도 저만의 무기를 보여줄 수 있고, 이게 프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단 희망을 줬단 점에서 저도 자부심을 많이 느낍니다. 앞으로도 유희관이란 이름이 편견을 깬 상징으로 남고 싶어요.

오랜 부진에도 두산 팬들이 보내준 응원에 화답해야겠습니다.

올 시즌 스스로에게 매우 아쉽고, 두산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예전 같은 실력을 빨리 보여드렸다면 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요. 또 무관중 경기를 하니까 팬들의 소중함을 더 많이 깨닫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산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선 가을이니까 ‘미러클 두산’을 꼭 보여드려야 하고요. 팬들이 응원해주신 만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저도 시작이 안 좋았어도 마지막에 웃는 2021년이 됐으면 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웃음).



이창규 기자 liebe6013@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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