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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Focus 마이데이터]⑦ 핀란드 일으킨 의료 데이터, 韓 '마이 헬스웨이'로 이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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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반 핀란드는 곧 노키아였다. 당시 글로벌 1위 휴대폰 기업이었던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2009년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38%에 달했다. 2021년 7월 기준, 삼성전자 글로벌 점유율인 19%와 애플의 14%를 더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정점을 찍은 이후, 노키아는 삼성전자·애플이 이끄는 스마트폰 중심 모바일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 점점 시장에서 도태됐고, 결국 2013년에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노키아 휴대폰의 몰락과 함께 핀란드 경제 역시 휘청거렸다. 휴대폰 사업 매각 이후, 2015년 핀란드의 1인당 GDP는 전년 대비 약 15%나 떨어졌다.

위기에 덮치자, 주목받은 것은 데이터였다. 핀란드는 2007년부터 기존 각 의료기관에 축적된 의료 데이터를 중앙화하는 '칸타(Kanta)' 시스템을 구축 중이었다. 당시까지 핀란드는 건강등록부라는 이름으로 개인식별번호와 결합한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칸타는 핀란드어로 '뿌리'를 뜻하는데, 당시 핀란드의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하게 위한 정책 중 하나로, 향후 칸타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의료 기록 확인이나 처방전의 갱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의료 데이터 가져다 쓸 수 있는 은행 만든 '바이오뱅크' 법

핀란드는 경제 위기를 헬스케어 산업으로 극복하기 위해 의료데이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2013년 바이오뱅크법을 시행했다.

바이오뱅크법의 골자는 민간 기업이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법으로, 유전학 연구를 위해 축적된 핀란드 국민의 유전자 데이터를 기업에 포괄적 동의를 통해 기업에 공개하기에 이른다. 바이오뱅크는 사람에게서 채취한 유전정보 등을 수집해 보존한 후 연구자 요구에 따라 제공하는 ‘인체 자원 은행’이라 볼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유럽 내 가장 큰 규모의 고립 인종으로 질병 예측에 있어 유전자 데이터가 중요해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여기에는 약 20만 명의 사망자 의료 데이터가 남아 있으며, 환자 역시 자신이 거부하지 않는 이상 자동으로 의료 기록이 정부 서버로 저장되어 활용된다.

물론 법 제정 당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염려도 있었다. 그러나 핀란드 당정은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준수하는 기업에는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법을 통과시켰다. 최소 기준만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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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젠 프로젝트'로 공공와 의료 산업의 연계 고리 만들어

여기에 더해 핀란드 정부는 2017년 국민 10%의 유전자를 수집해 분석하겠다는 ‘핀젠 프로젝트(FinnGen project)’를 시작했다.

핀젠 프로젝트는 칸타 시스템에 저장된 환자 건강등록부의 의료 기록과 바이오뱅크에 저장된 유전자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의료 데이터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핀란드 정부는 2023년까지 50만 개의 핀란드 국민 혈액 샘플이 조사될 예정이고, 현재 356,000개의 유전자 데이터와 의료 레지스트지가 결합된 혈액 샘플이 수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의료 데이터를 통해 핀란드 국민 개개인에 맞춘 특화 의료 서비스까지 나아가겠다는 의도다. 물론 이 의료 서비스는 민간 기업, 주로 스타트업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가 의료 데이터를 정제하고, 기업은 이 정보를 연구해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공공 분야와 의료 산업의 협력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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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정부는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2019년 5월 수집한 의료 데이터를 2차 목적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의료·사회 정보의 2차 활용법(Secondary Use Act)'를 제정했다. 이를 통해 핀란드 민간 기업이라해도 의료 데이터를 과학적 혹은 통계적 연구에 사용할 수 있으며, 특정 질병과 약물 복용 후 상태 등을 평가하는 환자 기반 연구 등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3자에게는 의료 데이터를 넘길 수 없다.

이러한 전폭적인 데이터 정책의 결과, 핀란드 헬스케어 산업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까지 성장했다. 한때 노키아가 차지했던 약 4% 비중을 몇 년 만에 복구한 셈이다.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 역시 500개가 넘는다.

한국판 핀젠 프로젝트 '마이 헬스웨이'

우리나라 역시 마이데이터 정책을 통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을 구축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마이 헬스웨이는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정책의 다른 이름으로, 국민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정보 'PHR(Personal Health Record)'를 한 곳으로 모으고, 자신이 원하는 의료 기관이나 기업에 제공해 활용하도록 전송하는 목적의 플랫폼이다. PHR은 진료정보, 일반건강정보, 건강보험정보, 유전체정보, 공공정보(전염병・생활・환경정보 등) 등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즉 한국판 '핀젠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

정부는 마이 헬스웨이를 통해 의료 정보인 PHR이 환자 주도적으로 전송 가능해질 경우, 현재 공급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환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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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의사의 업무 기록인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에 마이데이터인 PHR이 결합된다면, 단순 기록을 넘어 해당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 정보 서비스가 결합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1, 2, 3차 의료기관은 물론 약국과 헬스케어 서비스까지도 연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마이 헬스웨이 추진위원회 위원인 법무법인 광장 고환경 변호사는 "의료 마이데이터는 철저하게 환자와 국민 건강의 질 향상, 그리고 환자의 더 나은 의료를 받을 권리 중심으로 제도가 세팅되고 있다"며, 향후 "국민들이 건강 데이터에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의료와 관련된 비용이 전반적으로 낮아져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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