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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외국인이 돌아오면 대형주라던데…” 박스피 증시,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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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5개월 만에 국내 증시로 돌아왔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만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리스크와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로 인해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와중에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낙폭이 컸던 대형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수급이 개선됐다는 소식에 대형주가 꿈틀하고 있다. 박스피(코스피+박스권) 장세에서 최근 중소형주와 비교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대형주에 외국인 수급이 몰리면서 코스피지수까지 덩달아 오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형주의 시간이 왔다고 하기에는 아직 불안한 요소들이 남아있다며 중소형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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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주 시간 이어질 것” VS “중소형주가 핵심”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일부터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18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순매수 규모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4814억2200만원어치 사들이며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삼성전자 순매수세를 나타낸 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다음으로는 SK하이닉스를 4494억9700만원 규모로 순매수했고 POSCO(005490)(3557억4900만원)·기아(000270)(2704억4100만원)·SK바이오사이언스(302440)(2487억6000만원)·SK이노베이션(096770)(1482억2400만원) 순으로 많이 샀다. 모두 대형주로, 반도체·철강·바이오·자동차·에너지 등 업종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시간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업종군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고르게 유입되고 있는 점은 한국 증시로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와 반도체 업종에서 낮아질대로 낮아진 외국인 지분율과 오는 4분기 글로벌 펀더멘털(기초 체력) 동력이 코스피지수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재고축적 수요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어 코스피지수 상승 여력이 확대되는 선순환 흐름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연말 소비 시즌을 앞두고 각 소매업체는 재고(물량)를 확보하기 위해 제조업체에 주문을 넣는데,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의 실적 등이 오를 수 있다. 미국의 지난 8월 소매업체 재고율이 1.08에서 1.11로 상승했다. 미국 제조업 회복은 글로벌 교역까지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이익 개선과 전망치 상향조정으로까지 연결되는 선순환을 만들게 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대형주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정 본부장은 “향후 주식시장은 규제 등 여러 위험성이 잔존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은 종목을 추천한다”라면서 “변동성이나 리스크(위험도)가 높은 중소형주보다 대형주를 좀 더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대형주의 시간을 주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오는 3·4분기 실적이 증권사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연말 소비시즌 동안 IT기기와 가전 소비개선, 이로 인한 반도체 수요확대를 예상한다”며 “2010년 이후 9월~12월까지 코스피지수 대비 수익률은 반도체 업종이 3.11%포인트(P)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중소형주가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맞서고 있다. 2차전지 소재와 리오픈(경제 재개주) 등 중소형주들의 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이익 컨센서스 추이는 지난 8월부터 하향조정되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향후 D램 가격 하락 우려가, 플랫폼은 정부 규제에 따른 이익 전망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시총 3위와 6위인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가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규제 이슈에 걸려있는데,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둘의 규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는 2차전지를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으며 규제 이슈와 외국인 순매도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대형주와 달리 발목 잡힐 게 없으므로 주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수급이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의 흐름을 보이는 환율의 영향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수급이 대체로 삼성전자에만 몰려있고 나머지 대형주에 관해서는 삼성전자만큼 매수세가 강하지 않다며 이런 원인을 환율의 영향으로 봤다. 그는 “중국 헝다 사태와 미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이 달러 강세를 불러일으켜 외환시장도 한국 주식 매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이전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기에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올라가면 외국인들은 국내 투자금을 회수할 때 환차손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주식을 덜 매수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 “종목 크기가 아닌 테마로 접근해야”

대형주도, 중소형주도 투자하기에 불안요소가 있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할까. 전문가들은 개별 테마 업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와 중소형주 중에 현재 지금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강하게 올라가는 시장이 아닌 박스권 장세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시소게임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센터장은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구분하는 것보다는 유망한 테마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종목 크기보다는 수혜를 받는 업종 위주로 투자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에 고루 투자하는 게 유리하는 설명이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4차 산업 등 성장성이 담보된 종목이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며 “사이클로 단기적인 수익을 쫓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크게 리오픈주와 친환경주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리오픈주가 주목받고 있다. 이 경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컸던 여행업과 요식업의 수혜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대한항공(003490)과 CJ EMN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신한금융투자도 거리두기 완화 시 회복세가 클 수 있는 업종은 준내구재(의류, 신발 등)와 숙박, 음식점업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금투 연구원은 “여기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비즈니스 자체에 영향을 받았던 면세점, 항공, 엔터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소·해상풍력·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 정책 수혜를 입는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 성장 전망과 증시에 부는 친환경 아젠다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친환경 유망주로 삼성SDI(006400)와 기아, 코오롱인더(120110)를 제시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송복규 기자 (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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