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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티에스아이, 테슬라+리비안 배터리 제조장비 수주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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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는 전기차 생산업체들의 2차전지(배터리) 직접생산이다. 원가절감 때문만은 아니다. 수급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난 탓에 배터리 부족으로 생산라인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현장이 속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배터리 공급부족으로 자사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전기차 시장에선 배터리 확보가 시장점유율과 직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거 전기차 업체들은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CATL, 파나소닉 등 배터리 생산업체들과 중장기 대량공급 계약을 맺어 제품을 조달했다. 이후 배터리 수급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이들 업체와 피를 섞는 조인트벤처(JV)까지 설립했지만, 여전히 배터리가 턱없이 모자르자 자체생산(내재화)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2차전지 공급부족 참다못해…배터리 직접 만드는 전기차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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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차전지 활물질 믹싱탱크.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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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전기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300억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해 배터리셀 자체생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첨단 배터리 연구소를 열고 독일과 스웨덴, 스페인에도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나머지 세 곳의 공장도 곧 확정되는데 2026년까지 연간 500만대의 전기차 배터리 자체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폭스바겐그룹은 보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프리몬트에 약 1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파일럿 공장을 운영하며 양산성 검증을 하고 있다. 2022년부터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사이버트럭과 모델Y에 탑재하기 시작해 2025년 80GWh 규모의 자체 설비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 100만대 규모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는 위기지만 2차전지 장비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판로가 열린다는 점에서 '슈퍼 사이클'에 올라탈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양극재, 음극재 등 소재기업도 수혜를 입을 수 있으나 장비부문에서 가장 큰 성장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특히 신생 전기차 업체들과 거래를 시작하는 2차전지 장비업체들은 잠재력이 더욱 크다.

많은 장비업체들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기업으로 티에스아이가 있다.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활물질, 도전재, 결합재, 용매를 혼합하는 믹싱(mixing) 장비생산업체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3사를 고객사로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 동반진출했고 중국, 유럽, 미국 고객사들도 접점이 많다.

티에스아이의 경쟁력은 분산, 혼합 기술에 있다. 2차전지 성능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품질 균일성이 가장 중요하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는 니켈, 망간, 코발트, 알루미늄 등 양극활물질을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다. 니켈은 배터리 용량과 직결되고 망간과 코발트는 안전성, 알루미늄은 출력특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활물질은 슬러리 형태로 섞이고 이후 크기별로 나눠진 후 제조공정에 투입되는데 양극재 1톤으로 전기차 11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경쟁력은 양극재, 음극재에 투입되는 활물질과 배합비율의 균일성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활물질 슬러리를 고르게 만드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중량과 밀도, 무게가 각각 다른 물질을 대규모로 섞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분별로 배합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데 오차범위가 커지면 불량 배터리가 생겨나고, 이런 제품들이 섞이면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티에스아이는 원재료 손상없이 혼합이 가능한 기술을 지니고 있는데 혼합 속도까지 경쟁사 2배 이상이고 장비크기도 소형이다. 여기에 슬러리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품질을 자체분석할 수 있는 장비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있다.


티에스아이, 양극재 제조장비 독보적 경쟁력…국내 배터리 3社+해외업체와도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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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스아이 사옥/사진제공=티에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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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스아이가 판매 중인 코로나 믹서(Corona mix)는 경쟁사 제품 대비 효율이 2배인 제품이다. 2차전지 생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양극재 혼합에 특화한 차세대 양극특화믹서는 올해 주요 고객사 신공장에 설치됐는데 효율성이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장비는 턴키로도 공급되고 있다. 소재(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공급하고 선분산(pre-mix)하는 설비를 포함해 수주하면 2차전지 셀 생산 장비 투자액의 7~8%를 티에스아이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고효율, 대용량 장비는 곧 전기차 점유율과 직결된다.

2차전지 제조업체에서나 가능한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과 테스트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는 드문 업체 중 하나라는 평가다. 삼성SDI는 물론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완샹123, 최근 스텔란티스그룹에 편입된 유럽의 ACC 등 글로벌 업체들이 티에스아이에 손을 내민 이유다. 활물질은 혼합탱크 단위로 공정이 이뤄지는데, 탱크단위가 아니라 연속해서 생산해내는 기술개발도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전고체 등 신기술 개발에도 티에스아이는 없어선 안될 파트너 기업으로 꼽힌다. 이달 중순 티에스아이는 씨아이에스, 씨아이솔리드, 한국진공 등과 고체전해질 생산라인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제품이다. 안정성과 에너지밀도 등에 강점이 있다. 이번 MOU를 주도한 씨아이에스는 배터리 극판 장비가 주력이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 전기차 업체들이 티에스아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현재 배터리 자체생산 사전작업에 한창이고 전기 픽업트럭 개발로 주목받는 리비안도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2의 테슬라'라 불리는 리비안은 2009년 설립됐으며 아마존, 포드 등으로부터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 첫 전기 픽업트럭 'R1T'와 'R1S'를 판매할 계획이며 11월 미국 증시상장을 앞두고 있다. 리비안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 픽업트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단계적으로 50기가와트시(GWh)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살할 것이라는 해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테슬라, 리비안에서도 관심. 상반기 수주액 사상최대. 전고체 전지개발에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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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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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 티에스아이는 2차전지 믹싱시스템 수주공시를 냈다.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공급지역만 미국으로 오픈하고 거래대상은 물론 계약금액도 밝히지 않았다. 리비안이나 테슬라 둘 중 하나로 추정되는데 회사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어 사실확인은 어려운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와 리비안이 각각 올해 초와 지난 7월 한국을 찾아 2차전지 장비업체들을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확인결과 사실이었다"며 "티에스아이도 기업리스트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서는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테슬라와 리비안을 제외하면 미국에는 장비를 발주할 2차전지 업체가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회사 실적은 다소 부진했으나 조만간 가파르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1% 감소한 182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12억원을 기록했다. 2차전지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중단되며 발주공백이 있었기 때문인데 하반기 사정은 다르다. 국내외 고객사들의 투자가 확대되며 반기누적 수주액이 900억원을 넘겨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수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구체적인 납품처는 밝히지 못하지만 미국시장 진출에 큰 의미를 두고 있고,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장비발주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반기에는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성 간접비와 인건비 부담이 있었으나 하반기에는 상반기 수주물량의 수익인식이 시작되는 만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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