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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징어게임 그 번호로 밤마다 문자테러…"법적대응" 경고에 황당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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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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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법적 대응을 이야기했지만 본인은 촉법소년이라 괜찮다며 계속해서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 피해자를 괴롭힌다고 했다. /사진=주고 받은 문자 내용,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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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화번호 노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본인은 촉법소년이라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아)괜찮다면서 밤낮으로 전화와 문자 테러를 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법적 대응 경고에도 계속된 전화와 문자 테러…"최초 유포자, 손해배상·업무방해죄"

피해자인 A씨는 지난 27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본인은 촉법이라 상관없다고 밤에 계속 전화한다. 피해자는 저인데 모두 다 책임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의 휴대 번호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번호 8자리 숫자 중 3자리가 일치한다. 하지만 한 누리꾼이 소셜플랫폼인 '틱톡'에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번호'라는 글을 올리고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밤낮 전화와 문자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틱톡은 청소년이 즐겨쓰는 숏폼(짧은동영상) 플랫폼이다. 그러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전화와 문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계속 이렇게 괴롭히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본인들은 촉법소년이라 괜찮다며 스토커처럼 전화를 계속해서 한다"고 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에서 14세 미만으로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를 의미한다. 범법행위를 저질렀으나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최근에 이를 악용한 촉법소년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어 촉법소년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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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씨가 받은 문자 내용들과 전화번호 목록, 새벽 시간에도 모르는 번호들로 전화가 와 있다. 발신자 정보를 숨긴 사람은 2분 동안 8통의 전화를 연달아했다. /사진 제공=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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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으로 추정되는 가해자들은 오징어게임에 참가시켜 달라, 학교를 마쳤다, 학원을 가는 중이다 등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 이 중에는 전화번호를 가리고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

A씨는 처음으로 본인의 휴대번호를 틱톡에 올리고 전화를 권유한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틱톡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알아서 하라는 거였다"고 토로했다.

틱톡측에서 보낸 내용을 보면 "핸드번 번호 유출과 관련해 불편함을 드려 송구하다. 다만 틱톡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법에 규정된 명백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할 수 없다, 핸드폰 번호를 유출한 가해자에 관해서는 경찰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틱톡 관계자는 "피해자가 수사를 의뢰하면 수사기관을 통한 정보 제공은 가능하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게시물은 삭제 요청이 가능하고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설명을 했다.

A씨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냐"며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왜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와 틱톡에 글을 올린 사람때문에 내가 이런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영업자인데 피해가 크다. 제발 전화나 문자로 사람을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신 김앤컴퍼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초 유포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상으로는 업무방해죄 성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자는 사라졌다"...."제발 더이상 전화하지 마세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번호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고통을 호소하지만 드라마 제작사와 유통사인 넷플릭스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누리꾼들은 "실제로 있는 번호를 드라마에 쓰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지만 그 이후 대처도 이해가 안 된다"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일상이 마비됐는데 언론에 보도가 나오니 100만원을 준다, 몇 백만원을 준다는 반응도 참 상식 이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번호와 유사한 휴대번호를 가진 B씨 측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드라마 제작사의 대응이 상식적이지 않다"며 "금전적 보상이 안 된다고 해서 그렇다면 감독이나 PD라도 통화하고 싶으니 휴대전화 번호를 달라고 했는데 개인정보라서 안 된다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상이 안 되면 최소한 사과라도 해달라. 감독이든 소품 담당자든 원인 제공자는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은 사라졌다"며 "제작사에서는 유사한 휴대전화 번호를 가진 피해자에게는 보상할 수 없다고 방침을 정한 것 같다. 드라마에 노출된 번호와 일치하는 한 명하고만 협상하고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 전화가 더 오고 있다"며 "전화한 사람들에게 항의하려고 다시 전화를 걸면 정작 받지 않는다. 제발 더 이상 전화하지 말아달라"고 울먹였다.

한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1 1화에는 주인공인 기훈이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명함을 받는데 '010'을 제외한 총 8자리 숫자가 쓰여 있다. 번호는 선명하게 보이며 이후 전화를 거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이 명함과 번호는 2화에서도 나온다. 서바이벌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신고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기훈이 경찰관에게 명함을 건네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명함에 있는 번호를 비춘다. 마지막화인 9화에서는 새로운 또다른 전화 번호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는 명함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해야 게임에 참여할 수가 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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