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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고]오징어 게임 다르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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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죽음을 넘나드는 약자들의 살인 게임이 가진 자들의 유희라니. 가난한 자나 부자나 심심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게임 주최자의 대사는 굶주려 보지 않은 자의 교만함일 뿐이다. 가면을 쓰고 살인 게임에 베팅하는 인물들에게선 상생을 외치며, 골목상권까지 집어삼키는 문어발 재벌기업이 머리에 겹쳤다.

경향신문

엄치용 | 미국 코넬대 연구원


어린애와 부인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는 힘겨운 노동 현장도 그려졌다. 이번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서도 외국인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를 제외한 세금납부 외국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세금을 거두는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자동차 회사에서 해고된 주인공의 눈앞에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다 쓰러진 동료. 쌍용자동차와 유성기업의 힘겨운 노동운동이 뇌리를 스쳤다. 현재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구속상태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노동자의 노조 활동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인가?

상습적으로 어머니를 구타하고, 급기야 살인까지 하는 목사 아버지. 이를 지켜본 딸의 아버지 살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는 최근 5년간 가정폭력 25만여건 중 남성 폭력 78.7%에 전체 구속률은 1% 미만을 보인다. 가족 폭력의 가벼운 처벌이 가정폭력 근절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의 어려운 현실도 엿볼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맞바꾼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 그래서 행복하냐고 묻는 말에 답을 못하는 탈북녀. 북에 남겨진 어머니를 탈출시키고자 준 거액을 브로커에게 사기당하는 그녀. 아직도 조선족 다음으로 탈북민을 대우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서글프다. 명문대를 나와 선물투자로 거액을 날린 젊은이는 코인 광풍과 집값 폭등, 안정된 직장 없이 하루를 근근이 이어가야 하는 우리 젊은이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의 넷플릭스 성공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래서 이런 화두에 답을 할 다음 대선이 중요하다.

엄치용 |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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