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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관리비, 그것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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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립해 사는 월세 청년에게 고정 주거비란 월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관리비까지 포함해야 한 달에 집을 위해 내는 비용의 크기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원룸, 오피스텔은 관리비를 정액제 납부 방식으로 받는다. 지출의 이름은 다르지만, 임차인에게는 어차피 한 달에 집을 위해 내야 하는 ‘범월세’다.

경향신문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올 6월부터 월세 30만원 이상의 임대소득이 전·월세 신고 의무 대상이 되면서 관리비가 이슈가 됐다. 월세를 30만원 이하로 내리고, 차감되는 비용은 신고 대상이 아닌 관리비에서 올려 임대사업자의 수익을 보전하는 방식이 언론의 눈에 띈 것이다. 전·월세신고제로 인한 관리비 불리기의 임차인 피해 규모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원룸 관리비는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다. 적게는 0원, 많게는 25만원까지 천차만별인 관리비가 우리를 반기는데, 그 기준과 상세 내역은 알 수가 없다.

관리비란 월세를 제외하고 주택을 관리하거나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비를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거주자는 관리비 내역을 알고 있을까. 답은 ‘아니요’이다. 지난 8월, 민달팽이유니온이 실시한 관리비 인식 조사 설문에 답한 대부분의 청년은 매달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내역은 제대로 받아본 적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매달 10만원을 웃도는 비용을 내는데도 본인이 사는 건물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적정하게 관리비가 쓰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현재 사는 원룸의 관리비 내역을 요구하려면 법적으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20가구 이상의 등록임대주택 혹은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을 것. 둘째, 그 20가구를 모아서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할 것(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다음 문제다). 셋째, 관리인을 두고 있는 10가구 이상의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의 집합건물에 살고 있을 것(임대인이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조건 무효다). 이 조건을 해독하지 못하거나, 해독했더라도 내가 사는 원룸·오피스텔이 조건에 맞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계속 깜깜이 관리비를 내야 한다.

원룸 관리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 글이 처음이 아니다.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가 계속 일어나는 건 원룸의 특성 때문이다. 원룸에는 청년이 산다. 법과 제도의 시점에서 원룸 청년은 언젠가 결혼해 ‘제대로 된’ 집을 살 비정상 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고작해야 한 달 10만원인 관리비는 ‘푼돈’이다. 누군가 나서서 복잡하게 얽힌 원룸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기엔 정책적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주, 관리비 상담을 위해 민달팽이유니온과 청년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상담 신청자의 주소를 들고 서울 혜화동을 찾았다.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 건축물대장과 불일치하는 불법건축물, 불량 신고건축물뿐. 상담자는 101호에 산다고 했지만, 건축물대장에 101호는 없었다. 관리비 상담은커녕 “당신의 주소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 현실.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곳에 살며 한 달에 70만원이나 내는 청년이 이렇게 많은데, 여전히 부동산 공급, 개발 위주의 정책만 쏟아지는 이 현실. 정책과 법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일까.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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