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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디지털 세상 읽기] 증오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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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유명한 정치인이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온라인에서 논쟁을 벌이다가 격해질 때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좌표찍기’다. 논쟁하는 상대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자신의 지지자나 팔로어들에게 공개해 소위 ‘화력지원’을 받는 거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지지자들은 일제히 몰려가 상대방을 공격하게 된다. 그런데 젊은층에게 큰 인기가 있는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 트위치가 근래 들어 비슷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바로 증오 습격(hate raid)이다.

발단은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기능이었다. 인기있는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가 그날의 방송을 끝낼 때 모인 시청자들에게 다른 채널을 추천해 주는 거다. 그렇게 할 경우 방송을 더 보고 싶은 시청자들에게는 발견의 기회가, 추천을 받은(대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스트리머는 새로운 팔로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스트리머를 팔로어들에게 알려줘 공격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일제히 특정 채널에 몰려가 대화창에 쉴 새 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정상적인 방송을 진행할 수 없게 하는데,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봇(bot)을 사용해 수천 개의 가짜계정이 자동으로 공격한다. 게다가 이런 공격을 받는 스트리머들의 절대다수가 여성이나 소수인종,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사용자들은 트위치를 운영하는 아마존에 대책을 촉구하며 보이콧까지 벌였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트위치는 문제의 사용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증오 습격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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