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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검경, 대장동 의혹 수사 뭉개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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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도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게이트급으로 비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 의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어 비판 받고 있다. 사진은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내걸린 현수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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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5개월 만에 참고인 조사





핵심 인물들 잠적·출국 … 신병 확보도 안 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이제 누가 보더라도 ‘게이트급’으로 비화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대하는 경찰과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움직임을 보면 도무지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장동 개발에서 1000배가 넘는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특혜 의혹을 받아 온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김만배(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대주주가 어제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정치권 금품 로비 등 권력형 게이트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회삿돈을 빌린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서는 “운영비로 썼다”고 주장했지만, 의문을 불식하지는 못했다. 그의 해명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수사기관의 태도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화천대유에서 이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통보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은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봇물 터지듯 대장동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압력이 커지자 마지못해 움직이는 분위기다.

어제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조사 대상이 3명”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한 차례 조사한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어제 조사한 김만배 대주주 외에 조만간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법인 등기임원 1명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개발 사업의 수익구조를 설계해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대행은 수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는 잠적 상태다. 천화동인4호 소유주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자가 수십 명인데, 경찰의 신병 확보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최 청장은 수사팀 확대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제기된 의혹의 크기에 비하면 수사 당국자의 태도는 천하태평이다. 이번 의혹은 규모나 성격 면에서 일선 경찰서가 감당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서울청이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움직이는 게 타당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도 수사에 착수했다지만, 친정부 성향 검사들이 대거 포진해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경찰과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어제 대한변협이 특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수사기관은 의혹 당사자들의 입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캐야 한다. 돈이 얽힌 이런 의혹 사건에서 신속한 계좌추적이 무엇보다 필수적인 이유다. 혹여 참고인으로 불러 적당히 면죄부 주기 식으로 조사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게이트급 사건 수사는 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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