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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생산·물류난에 불매운동까지…잘 나가던 나이키,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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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나이키는 6~8월 매출액이 122억5000만 달러(약 14조4000억원)라고 발표했다. [사진 나이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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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델타 변이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생산기지인 동남아시아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여기에 주요 시장인 중국의 매출 성장세도 멈추면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3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나이키가 발표한 올해 6~8월 매출액은 122억5000만 달러(약 14조4000억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124억7000만 달러(14조7000억원)를 밑돌았다.

나이키는 향후 성장률 전망도 당초 두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닝 쇼크’에 나이키 주가는 지난 24일 하루에만 6% 이상 하락한 149.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간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5일(174.38달러)과 비교하면 약 17%나 떨어졌다.

나이키 경영진이 밝힌 실적 부진의 이유는 델타 변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나이키의 아시아 주요 생산기지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제품 공급에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단기적으로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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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나이키 매출 성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특히 베트남은 나이키 신발의 51%, 의류의 30%를 만들어 내는 생산의 주요 축이다. 나이키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베트남 정부가 도시 봉쇄 조치를 지속하면서 베트남 내 나이키 신발공장의 80%와 의류공장의 절반이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매튜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재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베트남의 코로나19 지역 봉쇄는 여전한 탓에 10주 물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며 “나이키가 글로벌 공급망 역풍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인력난도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해운과 항만, 트럭 운송, 창고, 철도 분야에서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해외에서 만든 나이키 제품이 북미 지역에 도착하는데 평균 80일 이상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2배나 길어졌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스포츠팀이 위기에 대응하는 것처럼 현실을 직시하고 민첩하게 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물류 분야에 비용에 더 투자해 공급망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과 물류난으로 인한 실적 악화보다 사실 더 큰 걱정은 주요 소비시장인 중국 시장의 부진이다. 지난 6~8월 나이키의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 비슷한 시장 규모인 아시아태평양·중남미(31%)와 북미(15%), 유럽·중동·아프리카(8%)의 성장세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내에 불었던 나이키 불매운동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이키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 소수민족의 강제노동 의혹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지난 3월 이 지역에서 나온 면화 등의 원자재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에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나이키 측은 “(중국의) ‘시장 역동성’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베트남 공장 폐쇄나 공급망 차질은 심각하지만, 경쟁업체도 똑같이 타격을 받는 만큼 시장 점유율이 변동될 가능성이 없을뿐만 아니라 일시적 요인”이라며 “반면 나이키에게 가장 이익을 많이 남겨주는 중요한 시장인 중국 시장의 성장률 정체는 나이키에겐 공급망 문제보다 장기적으로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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