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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력 약해도 실력 최강, 세계선수권 3관왕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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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3관왕에 오른 뒤 세리머니를 하는 김우진. [사진 세계양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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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29·청주시청)이 한국 양궁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에 올랐다.

김우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양크턴에서 열린 대회 리커브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마르쿠스 다우메이다(브라질)를 7-3(29-26, 29-28, 27-30, 28-28, 29-27)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1년 토리노 대회, 2015년 코펜하겐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개인전 우승이다. 이로써 김우진은 미국 양궁의 전설 리처드 매켄지(1977·83·85년 우승)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우진은 안산(20·광주여대)과 짝을 이룬 혼성 단체전(혼성전)과 오진혁(40·현대제철)·김제덕(17·경북일고)과 나선 남자 단체전에서도 우승하면서 금메달 3개를 따냈다. 세계선수권에서 한 선수가 금메달을 싹쓸이한 건 남녀 통틀어 김우진이 처음이다. 김우진이 2관왕에 올랐던 2011년, 2015년 대회 혼성전에는 다른 남자 선수(2011년 임동현·2015년 구본찬)가 출전했다.

충북 이원초 3학년 때 활을 잡기 시작한 김우진은 천재 궁사였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신궁’의 자질을 보였다. 15세였던 2007년 전국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양궁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충북체고 3학년 때인 2010년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된 김우진은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듬해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도 2관왕을 차지하면서 양궁계에선 ‘한양미(한국 양궁의 미래)’란 별명도 붙여줬다.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탈락(4위)한 뒤에는 방황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2016년 리우올림픽,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김우진은 대표팀 남자 선수 중 유일하게 안경을 썼다. 양쪽 시력이 0.3~0.4인 근시다. 안구건조증에 복합난시 진단도 받았다. 그래서 심할 때는 과녁이 4개로 겹쳐 보인다고 한다. 순간 집중력이 필수인 양궁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김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 온종일 활만 쏘면서 약점을 보완했다.

시력이 약해도 실력은 뛰어났다. 많은 훈련량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올림픽에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심박 수가 측정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김우진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양궁을 하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며 내 양궁 커리어를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장민희(22·인천대)는 여자 개인전, 강채영(25·현대모비스)·안산과 함께 나선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하면서 2관왕에 올랐다.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은 여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3~4위 결정전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6-4(26-28, 29-29, 30-29, 28-28, 30-29)로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리커브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휩쓸었고, 동메달 1개도 추가했다. 혼성전이 도입돼 금메달 수가 4개에서 5개로 늘어난 2011년 토리노 대회 이후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이다. 한국은 지난 2009년 울산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싹쓸이했는데, 당시에는 혼성전이 없었다.

이번 대회 컴파운드에서는 혼성전 동메달 1개를 따내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컴파운드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것은 2013년 벨레크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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