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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화천대유 4000억 어디로 갔는지 낱낱이 밝혀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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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27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전직 대법관·검찰총장·특검 등으로 30명 규모의 초호화판 법률 고문단을 꾸린 데 대해 "좋아하는 형님들을 멘토로 모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문들 중 권순일 대법관은 고문료로 2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형님'이라는 이유로 준 돈치고는 너무 거액이다. 역시 고문 중 한 명인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김씨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성과급·퇴직금으로 50억원을 지급한 데 대해서도 "산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50억원은 국민의 상식 수준에 맞지 않는다. 이권을 얻고 지킬 목적으로 권력자에게 돈을 주었을 거라는 의혹이 나올 만도 하다.

화천대유와 그 관계인들이 3억5000만원 지분 투자로 얻은 배당수익만 4040억원이다. 화천대유가 이 돈을 밑천으로 법조계·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의 권력자들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이 돈의 흐름과 용처를 낱낱이 밝혀야만 의혹은 가라앉을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미 수상쩍은 현금흐름을 포착해 지난 4월 경찰에 넘긴 바 있다. 회사 계좌에서 수차례 거액의 현금이 인출된 사실을 포착하고 경찰에 알린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밝혀야 한다. 떳떳한 용도로 쓸 돈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굳이 현금화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씨가 473억원의 회삿돈을 빌린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김씨는 "빌린 돈은 회사 운영비로 썼다"고 해명하기는 했으나 수사기관이 철저히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그간의 경찰 태도로 볼 때 제대로 수사를 할지 의심스럽다. FIU가 횡령과 배임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자금흐름 정보를 제공한 게 벌써 5개월이 됐다. 경찰은 "금융계좌 자료이기에 분석할 부분이 많았다"고 하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검찰과 경찰은 진실 규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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