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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본기업 자산 첫 매각 명령에 한일관계 더 얼어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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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는 일본의 '마지노선'…차기 총리 누가 되든 한일관계 부담

연합뉴스

양자 회담하는 정의용 외교 장관과 모테기 일본 외무상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21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해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매각)하라는 첫 국내 법원 명령이 나오면서 한일관계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은 자국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현금화를 일종의 한일관계 마지노선으로 여겨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92) 할머니와 김성주(92)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이 양씨와 김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 배상을 위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상표권과 특허권을 압류했다.

이번에 법원이 매각명령을 결정함에 따라 양씨와 김씨는 압류된 상표권과 특허권의 매각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즉시항고를 하겠다고 한데다 실제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감정평가와 경매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본 정부는 매각 명령 자체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일관계 전면에 내세우면서 양국 간 다른 분야 협력은 물론 고위급 소통 자체가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이 개최할 차례였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일본 정부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방한 대가로 한국 정부의 '현금화 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올해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합의했던 정상 간 약식회담을 현장에서 무산시키고 이후 스가 총리가 퇴임 절차를 밟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은 결국 이뤄지지 않게 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지난 23일 유엔총회 계기 뉴욕에서 회담했지만, 북핵 문제에서 협력을 확인했을 뿐 과거사 문제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 명령에 대한 일본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지만, 현재 차기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진행 중이라 일본 정부의 대응 수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한일관계는 선거에서 주요 현안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매각명령으로 과거사 문제가 부각되면 후보들이 선거 유불리를 따져 한국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내달 4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누가 차기 일본 총리가 되든 현금화 문제는 한일관계에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일관계 파국을 막기 위해 현금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큰 만큼 향후 양국 정부가 협의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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