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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이 오히려 이낙연 발목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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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안방' 호남 경선 패인 분석
한국일보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연설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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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상당히 뼈 아픈 결과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호남 순회경선 결과에 대한 한 중진 의원의 분석은 이랬다. 당초 이 전 대표 측은 민주당의 텃밭이자 자신의 고향인 호남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따라붙어 승부를 결선투표로 끌고 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고, 이 지사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불을 지피며 "(이 지사처럼) 불안한 후보로는 본선을 이길 수 없다"며 호남 민심에 호소했다.

野 대장동 공세, '이재명 결집' 효과 불러


25일(광주·전남), 26일(전북) 진행된 호남 경선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지사는 과반에 다소 못 미친 49.70% 득표율로 이 전 대표(43.99%)를 5.71%포인트 차로 앞섰다. 누적득표율에서도 이 지사는 53.01%를 기록해 이 전 대표(34.48%)를 18.53%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전 대표로서는 호남 경선 이전의 격차(21.11%포인트)를 다소 좁힌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호남에서 패배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이 전 대표 측이 이 지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생각했던 대장동 의혹이 역설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의 '이재명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를 겨냥한 국민의힘의 공세를 부당한 정치적 탄압으로 보고,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핵심 지지층의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24, 25일 실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30.0%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최고 지지율(30.3%·7월 2, 3일 실시)에 근접한 수치다.

이강윤 KSOI 소장은 "평소 20% 중·후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이 지사의 지지율이 대장동 의혹을 거치며 오히려 30%를 돌파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도 지지율을 유지한 것처럼 여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정 대선캠프에 속하지 않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대장동 공세가 호남 당원들에게 '내부 총질'로 비치며 역풍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이 지사를 지원사격하며 국민의힘에 각을 세우고, 동시에 고향인 호남에서 '이낙연 동정론'을 자극하는 전략을 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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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순회경선 누적 결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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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본선 경쟁력' 입증 주력해야


호남의 대선후보 선택 기준인 '본선 경쟁력'에서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선에서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①이 지사와 대장동 의혹 간 연관성이 드러나거나 ②이 전 대표가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여권 후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지사와 대장동 의혹 간 분명한 연결고리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이 전 대표가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후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에서 흐름을 바꾸지 못한 이 전 대표 측은 다음 달 3일부터 시작하는 수도권 경선과 2·3차 슈퍼위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천·경기·서울 지역 선거인단(대의원·권리당원)이 약 33만 명에 달하고 2·3차 슈퍼위크에 약 80만 명의 선거인단(일반 국민·당원)이 포진해 있는 만큼, 현재 11만여 표의 격차를 좁힐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27일 부산시의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촉구하며 전방위적 수사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 총질'이라는 역풍을 감안해 이 지사를 직접 겨냥하지 않되, 토건 비리 세력 전반을 조준하는 것으로 대장동 공세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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