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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S리포트] 그 기업은 어떻게 세계 1위가 되었나··· LG가전의 3가지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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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소비자 조언을 황금처럼 여겨...讀心경영으로 승부하다

②추격은 필패···게임의 룰 만들다

③핵심 부품은 절대 외주 안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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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은 반도체나 스마트폰처럼 기업 실적을 대폭 끌어올리거나 세간의 관심을 단박에 끌지는 못한다. 게임·소프트웨어 등 빅테크처럼 영업이익률이 높지도 않다. 하지만 LG전자(066570)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LG’라는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톱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의 월풀과 수위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1등 기업에는 그들만의 비결이 있다. 냉장고·TV·세탁기·청소기 등 생활 가전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자랑하며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LG전자의 비기(?技)는 뭘까.

소비자 조언을 황금처럼 여기다

소비자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이를 제품 기능에 반영하는 ‘독심(讀心) 경영’이 우선 꼽힌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이니 소비자들은 우리 제품을 사게 돼 있다’는 오만을 무엇보다 경계한다”며 “소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하며 불편한 사항을 시정해 제품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누적 생산 100만 대를 돌파한 의류 관리기 ‘트롬 스타일러’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1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뒤 만 10년 만의 쾌거다.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수증기가 꽉 찬 상태에서 옷을 걸어 놓으면 구김이 펴진다”는 소비자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제품이다. 9년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세탁기의 스팀 기술, 냉장고의 온도 관리 기술, 에어컨의 기류 제어 기술 등 LG전자의 첨단 기술이 융합해 만들어졌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이 제품은 미국과 중국·영국·일본 등 20여개 국가에서 인기가 높다.

“남편 속옷하고 딸 옷은 항상 따로 빠는데 분리 세탁을 하면 시간이 너무 걸려요. 한번에 할 수 없나요?”(LG트롬 트윈워시), “무선 청소기는 선이 없어서 참 편한데 먼지 통 비울 때마다 청소를 다시 해야 해서 스트레스 받아요”(LG코드제로 올인원타워), “키 작은 저는 세탁기 위 건조기까지 손이 닿지 않아 불편해요. 어떻게 안 될까요?”(LG트롬 워시타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비자 불편 사항과 제안은 LG전자가 야심 차게 선보인 신제품으로 구현됐고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LG전자라는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탄탄한 기반이 됐다.

‘최고의 상품은 결국 소비자가 만든다’는 경영 철학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 사항)를 집요하게 파고들자”는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위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일부 소비자는 외출하고 오면 ‘깨끗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갖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LG전자는 이 같은 시장 트렌드에 맞춰 스팀 가전 등을 적극 내세워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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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은 필패..퍼스트 무버가 되다

LG전자는 퍼스트무버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게임의 룰’을 정한다. LG전자 성공의 두 번째 비책(?策)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가 대표적이다.

LG가 최초로 출시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PDP)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중국이 맹렬히 추격해오자 OLED로 방향을 틀었다.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블루오션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 돼버리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12년 연구개발 성과보고회에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서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역설했고 이듬해 세계 최초로 OELD TV가 상용화됐다. 8년이 지난 지금 OLED TV 제조사는 19개까지 급증했으며 글로벌 시장은 610만 대(올해 기준)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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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물 건조기,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 직수 정수기, 뷰티 관리기 등은 LG전자가 최근 몇 년간 내놓은 새로운 형태의 가전제품이다. 스타일러의 경우 삼성전자·코웨이 등이 시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후발 주자로 따라올 정도다. 2년 전 내놓은 미용 가전 ‘프라엘’이 공전의 히트를 친 후 뷰티 디바이스 국내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올해 시장 규모는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성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 세계 최초 롤러블 TV, 홈브루 등 신가전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고 이는 LG전자가 글로벌 1위가 되는 디딤돌이 됐다”고 설명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신(新)가전의 도움으로 LG전자 H&A사업본부 실적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며 “올해 H&A 국내 매출은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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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등 핵심 부품은 절대 외주 안 준다

LG전자 가전에 대해 “한번 쓰면 평생간다”고 평하는 이들이 많다. 농담처럼 던지는 우스갯소리지만 LG전자가 창립자 연암 구인회 회장이 금성사를 설립한 후 63년째 이어가는 철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부품 경쟁력 없는 상품은 필패한다’는 옹고집에 다름 아니다. LG전자는 가전의 심장으로 통하는 모터와 컴프레서(기체를 압축해 압력을 높이는 장치)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외주에 맡기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왔다. ‘부품 자존심’을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장인 정신이 글로벌 일류의 밑거름인 것이다.

LG전자 H&A본부는 부품솔루션사업부를 별도로 두고 냉장고·에어컨용 컴프레서와 가전용 모터를 전담하고 있다. 60년 이상 이어온 전통이다. 인건비 부담이 만만찮지만 모터·컴프레서 공장에 대해 중국이나 동남아로 돌리지 않고 경남 창원을 고집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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