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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운드와 미디어의 매혹적인 향연…아이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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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미디어아트전 ‘초등생 가족 체험기’

홀로그램 다빈치가 일대기 설명하고

사방에서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몽환적인 공간에서 몰입형 체험


화가이자 과학자, 엔지니어, 지도 제작자, 예술가이자 몽상가였던 ‘르네상스의 영혼’ 레오나르도 다빈치. 지난 2019년 ‘다빈치 서거 500주년’을 맞이해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디어아트전’이 중국·핀란드·이탈리아·독일·스위스 등에서 성공적인 개최를 마치고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달 20일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미디어아트 특별관에서 열리고 있는 디지털 기술과 만난 다빈치 전시회에 어린이와 청소년, 젊은층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유난히 쾌청한 날씨로 가을 공기가 물씬 풍기던 지난 19일 일요일 오후,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전시회를 방문한 엄마 유지윤(39)씨의 관람을 따라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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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작품들이 사방 벽면에 투사된 몰입형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빈백에 앉아서 작품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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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혜(8)양과 김리안(11)군 남매는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인해 오랜만에 집을 나선 탓에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신나 있었다. 이들 가족은 코로나 방역 규칙에 따라 체온을 측정하고 손소독을 마친 뒤 입장했다.

첫번째 전시 공간은 다빈치의 일생과 업적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그의 문학, 회화, 과학, 공학 등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는 연대기와 영상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공학’이나 ‘공감각’ ‘원근법’ 등의 단어들을 엄마에게 물어보며 찬찬히 둘러보았다.

두번째 공간에 들어서자, 실물 크기의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다빈치가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다빈치 홀로그램을 보자마자 “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저거 진짜 다빈치예요?” “어떻게 찍었어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아이들은 살아 있는 다빈치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상영하는 걸로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홀로그램’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그램 다빈치는 “그들은 나를 천재라고 하지. 화가, 조각가, 건축가, 수리공, 과학자, 기술자, 그리고 지도 제작자, 내가 르네상스의 위대한 지식을 대표하기에 사람들은 인간의 지성, 창의성, 재능의 상징이라고 하지”라며 조금은 익살스럽게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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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제작한 무기들이 전시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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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기들과 비행기계들이 줄줄이

세번째 공간은 다빈치가 고안한 기계와 그것들의 기반이 되는 노트들이 전시돼 있는 ‘엔지니어 룸’이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 빛나며 흥분했다. 회전식 패들을 통해 추진력을 갖는 보트인 패들보트(외차선), 막강한 화력을 낼 수 있게 한 다연장 대포, 탄성 효과를 극대화한 투석기, 뾰족한 곤봉이 달린 돌격전차 등이 아이들의 눈길과 손길을 끌었다.

리안군은 “돌격전차가 뭐예요?” “이게 언제 만들어진 거예요?” “그때도 전쟁이 많았어요?” “무슨 전쟁 때 쓰인 거예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고, 엄마는 작품 옆의 설명서를 보고 부지런히 설명해줬다. 다빈치가 어린 시절 매료되었던 나사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프로펠러도 있었다.

이 프로펠러 디자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헬리콥터에 관한 가장 첫번째 연구로 여겨진다고 한다. 리혜양은 “비행기를 처음 만든 건 라이트 형제인 줄 알았는데, 다빈치가 만든 거냐”며 놀라워했다.

리혜양의 놀라움에 대해 네번째 공간인 ‘플라이트 룸’이 화답했다. 다빈치는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그의 손에서 탄생한 비행 기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비행기의 시초가 되었다. 이 공간은 어린 시절부터 비행에 매료된 다빈치의 비행에 관한 연구의 모든 것을 담아낸 공간으로,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다빈치의 비행기로 장관을 이루는 미디어아트 전시장이다.

관람객들은 편안한 빈백(커다란 쿠션처럼 생긴 소파)에 앉아서 시원하게 날아다니는 비행 물체들을 감상한다. 한참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몸이 비행하는 듯한 느낌과 공간 전체가 움직이는 느낌까지 든다. 아이들은 “아! 우리가 움직이는 건가요?” “으악! 무서워요!” “어지러워요!”라고 소리치며 흥분하면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인체비례도’이다. 다빈치는 인간이라는 소우주와 지구라는 대우주를 연결한다는 르네상스의 시대정신을 ‘비트루비안 맨’에 그려넣었다. 다섯번째 공간은 ‘인체비례도’로 유명한 ‘비트루비안 맨’이 주인공인 ‘비트루비안 룸’이다. 아이들은 이 그림을 보자마자, “와! 이거 아는 그림이에요”라며 폴짝폴짝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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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비행 기계들이 미디어아트로 재현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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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부터 ‘모나리자’까지 한자리에

여섯번째 공간은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이 미디어아트로 재현된 공간이었다. 다빈치가 1494년부터 1498년까지 그린 이 그림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벽화로 보존되어 있다. 이걸 최고의 기술력으로 구현해 거대한 화면에 담았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림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한명 한명씩 시선을 집중시키며 알려준다는 점이다.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비롯해 평생 20점 안팎의 작품을 남겼다. 현재 전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 분산 소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모든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작품 17점을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원본 사이즈로 구현했다.

<모나리자> <수태고지> <암굴의 성모> 등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곳은 관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 중 하나였다. 유씨는 “20대에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한참 줄을 서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모나리자>를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마지막 공간은 전시 관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하는 ‘몰입형 공간’이었다. 3m80㎝의 사방 벽면과 바닥을 다빈치의 미디어로 가득 채웠으며, 이와 어울리는 사운드가 공간 전체를 에워쌌다. 소리에 맞춰 천장에서부터 사방 벽면까지 투사되는 작품은 시각적으로 습득하던 전시 관람에서 벗어나 공감각적으로 느끼고 체험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사운드와 미디어의 매혹적인 향연이었다. 관람객들은 빈백에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느꼈다. 관람 시간은 30분이었는데, 아이들도 지겨워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방의 공간에 몰입했다. 유씨는 “아이들과 함께 누워서 감상하니까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달래지면서 마음의 평화까지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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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색칠한 그림을 화면에 띄워주는 체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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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하고 촬영하고 ‘거울방’ 체험까지

30분간의 감상이 끝나고 나오자 어린이들을 위한 서비스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물고기와 고래, 해마 등이 그려진 종이에 색칠을 해서 제출하면, 거대한 바다 화면에 아이의 작품을 띄워주는 체험이었다. 리혜양은 해마를 색칠했고, 리안군은 고래를 채색해서 제출했다.

기계에 종이를 넣자, 화려한 바다 스크린 화면 속에 아이들이 제출한 해마와 고래가 등장하더니 바닷속을 탐험하고 떠다녔다. 리안군은 “내 고래가 리혜의 해마를 잡아먹으면 어떡하죠?”라고 우스개를 하자, 가족과 직원들도 함께 웃었다. 옆에는 다빈치와 함께 사진을 찍는 증강현실(AR) 포토존과 거울방도 있었다.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어서 어디까지가 공간의 한계인지 알 수 없는 이 공간을 보더니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역시 어린이들이라 다빈치의 <모나리자>보다는 거울방에 더욱 열광적이었다. 원 없이 거울방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야 아이들은 전시회장을 나올 수 있었다.

유씨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2년 만에 전시회장을 방문했는데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기회가 없었는데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접하고 공감각적으로 체험을 한 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곳곳에 빈백을 마련해 앉거나 누워서 관람하게 하니까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고 온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리혜양은 “전시회에 오기 전에 다빈치에 대한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천재라는 걸 알게 됐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까 진짜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특히 아름답고 신비한 그림을 많이 봐서 좋았다”고 말했다. 리안군은 “전시회에 가면 보통 서서 보기만 하는데, 여기는 누워서도 보고 음악도 듣고 공간이 움직이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다양한 걸 체험하니까 즐거웠다”며 웃었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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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한계를 알 수 없는 거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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