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더그아웃 스토리] KT 100세이브 투수 “감독님, 저 계속 써주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꿈꾸는 포수 유망주였다. 이제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도 우뚝 섰다. 프로야구 KT 구단 최초 100세이브 금자탑을 쌓은 클로저 김재윤(31)은 “원래 공 잘 안 모으는데 이번 기념구는 집에 장식해놓으려고요”라고 웃었다.

▲‘수원에 9회말은 없다’

휘문고 출신 포수 김재윤은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스카우트를 받고 미국으로 향했다. 꿈의 무대를 눈앞에 두고 귀국했다. 김재윤은 “3년 반 정도 있었는데 실력 차이가 컸다. 자신감을 많이 잃은 채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돌아봤다.

2015 신인드래프트서 KT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 미트와 배트 대신 투수 글러브를 꼈다. 더 나은 꽃길이 펼쳐졌다. 2016년부터 팀의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챙겼고 지난해는 21세이브를 수확했다. 올 시즌은 30세이브(25일 기준 28세이브)까지 겨냥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화전서 통산 100세이브를 챙겼다. 부상으로 고생한 2019년을 제외하면 홈구장 벽면에 새겨진 ‘수원에 9회말은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대표하는 투수다.

김재윤은 “처음에 그 문구를 봤을 때는 엄청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나를 믿어서 써주신 것이라 생각해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부모님도 그렇고, 예비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많이 좋아하셔서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재윤은 100세이브 기념구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장식할 예정이다.

▲투수가 된 전 포수들에게

김재윤은 프로서 처음 투수를 시작할 때 오승환(삼성)을 롤모델로 삼았다. 불펜 투수로 묵직한 공을 던지는 모습에 반했다.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활약할 때 따로 해외야구 중계를 찾아봤다. 2019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서는 함께 캐치볼도 했다.

이제 김재윤도 후배 투수들의 동경 대상이 됐다. 조병욱, 김민 등 KT 후배들이 입단 당시 그를 롤모델로 꼽았다면 이제 타 팀 신인들도 김재윤을 예로 든다. 마무리투수에 애착이 있는 신인이라면 김재윤의 이름을 부른다. 특히 아마추어서 포수였다가 프로서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 나원탁(이상 롯데)에게는 김재윤이 이정표다.

김재윤은 “프로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공만 열심히 던졌다. 아직은 누군가의 롤모델이라 불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언제든 찾아오면 아는 건 다 얘기해줄 수 있는데 아직 안 오더라”고 웃으며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하는 일이 원래 포지션에서 풀리지 않아서 바꾸는 경우이지 않나, 처음에 바꿨을 때 아팠던 곳이 많았는데 균안이와 원탁이 모두 그런 일만 잘 관리하면 충분히 잘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 세이브

김재윤은 표정변화가 크지 않다. 마운드에서나 라커룸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이야기만 나오면 굳은 얼굴도 무장해제다. 김재윤은 “한국시리즈는 내게 진짜 꿈의 무대”라고 말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에 등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잦다. 입단 후 처음으로 팀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두고 전쟁 중이다. 마침 오는 12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고 한국시리즈 우승 세이브를 챙긴 뒤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까지 상상했다.

김재윤은 “작년에 TV로 한국시리즈를 봤는데 원종현 선배와 양의지(이상 NC) 선배가 껴안을 때 소름이 돋았다.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감정표현을 줄이려는 스타일인데 만약 그런 날이 오면 나도 (장)성우형과 정말 세게 포옹하지 않을까, 감독님이 그때까지 날 믿어주시고 제발 나를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재윤은 행복한 상상 중이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김재윤, KT위즈 제공

전영민 기자 ymin@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