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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가격 무조건 1달러…‘스테이블코인’ 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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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였던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신고 기한이 지났다. 이제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고처리를 받지 못한 거래소는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즉, 해당 거래소에서는 앞으로 원화로 암호화폐(코인)를 사거나 팔 수 없다는 얘기다. 원화 거래 비중이 높은 국내 코인 시장 특성상 원화마켓 폐지는 거래소 사업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상황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자국 화폐로 코인을 매매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국적은 중국이지만 아무도 중국 화폐인 ‘인민폐(위안)’로 코인을 거래하지 않는다.

대부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법정화폐보다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으로 코인을 거래하는 비중이 더 크다. 자국 화폐를 먼저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뒤, 해당 코인으로 다른 코인들을 사고파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코인을 사고파는 용도에 그치지 않는다. 코인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진짜 화폐처럼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쓰이기도 한다. 글로벌 코인 시장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살펴본다.

매경이코노미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1코인 = 1달러…가격 변동 최소화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존 코인이 실물 경제에서 화폐로 통용되기 힘든 이유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큰 탓이다. 많게는 하루에도 수십 %씩 가격이 널뛰기 때문에 결제·송금 등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코인이 갖는 가격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영단어가 갖는 뜻 그대로 ‘가격이 안정적인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기존 화폐 또는 실물자산 가치와 연동되는 덕분에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격에 연동된다. 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됐다. 달러와 일대일 교환이 가능한 셈이다.

매경이코노미

▶스테이블코인, 안정적인 이유는

▷코인 발행량만큼의 달러를 예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발행 방식을 살펴보면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왜 안정적인지, 어떻게 달러와 일대일 교환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발행 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가 자기 계좌에 달러를 예치한다. 그리고 예치한 달러 액수만큼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회사 계좌에 100달러가 있으면 100코인을, 100만달러가 있으면 100만코인을 유통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도 없잖다. 암호화폐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회사라는 특정 기관이 암호화폐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되고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고객은 해당 기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명성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예치금이 100달러밖에 없으면서 코인을 수천, 수만 개를 찍어낼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환전과 코인 관리를 특정 회사가 아니라 암호화폐 시스템에 맡기는 것이다. 100달러만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자 하는 회사는 현금 100달러가 아니라 100달러어치 이더리움을 예치한다. 환전을 희망하는 이는 이더리움을 구입함과 동시에 해당 액수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을 받게 된다. ‘달러 - 이더리움 -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연동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이유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기축 코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여럿이다. 당연히 스테이블코인 종류도 여러 가지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바이낸스USD(BUSD), 다이(DAI) 등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 가격은 언제나 1달러 수준을 유지한다. 재테크 관점에서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투자자 수요는 어마어마하다. 9월 23일 오전 10시 기준 테더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899억달러로 모든 코인 중 가장 많다. 2위 비트코인(427억달러)의 두 배, 3위 이더리움(276억달러)의 세 배 가까이 된다.

투자 가치가 없는데도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에서 다른 코인을 사기 위한 코인, 즉 ‘기축 코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법정화폐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으로 코인을 거래한다. 전 세계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사이버 머니’라고 보면 된다.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장점은 많다. 무엇보다 굳이 계좌를 만들 필요가 없다. 디지털 암호화폐 지갑에 원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하면 끝이다. 덕분에 거래소 간 교차 투자도 간편하다. 예를 들어 A거래소에 있는 비트코인을 팔아 B거래소 이더리움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원래대로라면 A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매각 → 원화 인출 → B거래소에서 취급하는 법정화폐로 환전 → 이더리움 구입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통하면 비트코인 매각 → 이더리움 구입으로 끝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돈도 벌 수 있다. 암호화폐 금융인 ‘디파이(DeFi)’를 통해서다. 스테이블코인을 디파이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달러를 은행 계좌에 넣어놓을 때보다 훨씬 이율이 좋다. 예를 들어 코인 예치·대출 디파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에이브(AAVE)에 USD코인을 넣어놓으면 연이율이 5.59%(9월 24일 기준), 다이는 4.16%, 테더는 3.12%다. 이미 수많은 스테이블코인이 디파이 금융에 예치돼 있다. 에이브에 예치돼 있는 USD코인은 58억달러에 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에도 쓰인다. 글로벌 1위 카드 회사 ‘비자’는 지난 3월부터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USD코인을 허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에서도 페이스북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디엠’을 비롯해 여러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했다.

▶스테이블코인, 전망은

▷각국 정부 규제 강화…CBDC도 변수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12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중이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각국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점검할 것을 전격 지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 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문제가 불거진 적도 있다. 테더 발행사 테더는 지난 2월 유통 중인 테더를 교환할 만한 충분한 달러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뉴욕 검찰로부터 1850만달러(약 213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발행 전 당국의 승인, 정기적 외부감사, 자기자본비율 의무화가 논의 중이다.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진행 중인 디지털 법정화폐(CBDC) 연구개발도 스테이블코인에는 악재다. 각국에서 준비 중인 CBDC는 스테이블코인과 마찬가지로 법정화폐와 일대일로 교환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된다. CBDC가 대중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7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앞으로 디지털 달러가 나오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공식 발언한 바 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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