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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폭염에 전력 부족 위기

中전력부족 심화에 '아우성'…"헝다 넘어선 경제충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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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저장 등 광범위 제한 공급에 산업 타격…신호등 꺼지는 상황도

'호주와 전쟁' 속 석탄 공급난·탄소 감축 추진 여파…韓기업도 피해

연합뉴스

중국 허베이성의 화력발전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심각한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 산업 시설 가동이 대거 중단되고 특히 사정이 나쁜 지역에서는 가정용 전기까지 갑자기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탄 공급난으로 인한 화력발전소 가동률 저하와 중국 정부의 엄격한 탄소 배출 억제 정책 추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전력 부족 문제가 최근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은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사태보다도 오히려 중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더욱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제철소부터 섬유공장까지 가동 중단…한국 기업도 여파

27일 경제관찰보,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 등 중국의 10여개 성(省)에서 산업용 전기 제한 공급이 이뤄지면서 많은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거나 조업 시간이 크게 줄었다.

중국에서 경제가 특히 발전한 동남부 연안 지역인 광둥성·저장성·장쑤성 3개 성만 해도 합쳐도 중국 전체 경제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여기에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상하이지사가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정전을 한다고 이날 새로 공지하면서 중국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에서도 전력 제한 공급이 이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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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페이의 한 철강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력 공급 제한 여파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형 제철소, 알루미늄 정련 공장에서 시작해 이제는 섬유, 식품 등 거의 전 업종으로 확대된 상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전력 공급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 외교 당국에 따르면 장쑤성의 포스코 스테인리스 공장의 가동이 전력 공급 문제로 중단된 상태로 10월 초 다시 정상 가동될 예정이다.

산둥성의 한 교민은 연합뉴스에 "공장 사용 전력을 상위 기관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심지어 예고 없이 전기 공급을 중단해 한국 업체, 중국 업체 모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일방적 전력 공급 중단으로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인 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 일대에서는 최근 일부 산업용 전기 공급이 제한되는 수준을 넘어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로 가정용 전기가 끊어지고 심지어 도로의 가로등과 교통 신호등까지 꺼져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지린성 당국은 이날 오전 한쥔(韓俊) 성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전력을 다해 석탄, 전력 공급을 보장해 민생과 경제 발전의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도 대규모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 방지를 위해 산업용 전기 외에 일반 전기 공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광둥성 에너지국과 광둥전력망공사는 26일 공동으로 ▲ 3층 이하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 ▲ 실내 냉방 온도 26도 미만 유지 등 내용을 포함한 전기 절약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 대규모 산업 사용자에게 먼저 소비를 줄이라고 요구한다. 따라서 이번 전력 부족 사태의 여파가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정 전력 공급 제한까지 미치기 시작한 것은 당면한 전력 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지방정부, 중앙 하달한 탄소배출 목표 채우려 "공장 멈춰라" 지시

최근 전력난의 주된 원인으로는 심각한 석탄 공급난과 중국 당국의 강력한 탄소 배출 억제 정책이 거론된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 속에서 화력발전용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력발전소들이 석탄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자국과 외교 갈등을 겪는 호주에 '경제 보복'을 가한다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상태여서 중국 내 석탄 부족 현상은 세계 다른 나라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 능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지만 각 지방정부가 중앙으로부터 할당받은 연중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지키기 위해 산업 시설 가동을 줄이기 위해 전기 공급을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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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하이성의 송전 시설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제관찰보는 석탄 공급 부족 탓에 석탄 가격이 올라 발전 기업의 손실이 커져 전력 사정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부분적인 원인이라면서 일부 지방 당국이 연내 에너지 소비 제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시진핑 주석이 내년 2월 동계올림픽 때 파란 하늘을 보장하고 국제사회에 그가 저탄소 경제를 진심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에너지 위기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래리 후 매쿼리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정책 결정자들은 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남은 기간 성장이 느려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산업 가동 저하→성장 둔화→세계 상품 부족 사태 전망

이런 전력 부족 현상은 먼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세계 공급망에도 부담을 주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경제는 정부의 고강도 부양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뚜렷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고강도 민영 기업 규제, 코로나19 재확산, 원자잿값 급등, 반도체 품귀 등 산업사슬 병목 현상 등의 여파 속에서 최근 중국 경기는 급속히 둔화 중이었다.

지난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18.3%까지 올랐지만 2분기에는 7.9%로 낮아졌고 3분기와 4분기로 갈수록 분기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중국의 전력 공급 제한 여파가 어쩌면 '리먼 브러더스 사태'급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전 세계 투자자들을 바짝 긴장시킨 헝다 사태보다 세계 경제에 끼칠 실질적 여파가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전력 경색이 헝다 사태를 넘어서는 다음의 경제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루팅(陸挺)은 "전력난은 세계 시장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세계 시장은 직물, 장난감, 기계 부품 등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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