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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후변화·코로나 변수가 독일총선 뒤집었다…사민당 16년만의 승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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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총선 출구조사 결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소속된 집권여당 연합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사회민주당(SPD)에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독일 미디어가 메르켈 총리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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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가 26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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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26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연방의원 총선거에서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중도 우파 연합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초박빙 접전 끝에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 2005년 이후 16년 만에 보수 연합에서 중도 좌파 정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법적으로 득표율이 가장 높은 정당만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민·기사당 연합이 연정을 주도해 재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16년 만에 메르켈의 뒤를 이을 독일 총리 자리는 두 정당의 후보 중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는 후보가 차지하게 된다.

연립정부가 정당 상징색에 따라 사민당 주도의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이 될지, 기민·기사당 연합 주도의 ‘자메이카’(기민당-검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이 될지는 제3당이 된 녹색당과 역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은 자유민주당(FDP)이 결정하게 된다. 독일 차기 총리를 결정할 캐스팅보트를 녹색당과 자민당이 쥔 셈이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유권자들로부터 연립정부 구성을 위임받았다며 16년 만에 정권교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 기민·기사당 연합도 연정 구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7일 299개 선거구의 개표가 완료된 뒤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잠정 집계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은 25.7%의 득표율을 기록해 24.1%의 득표율을 올린 기민·기사당 연합(기민당 18.9%, 기사당 5.2%)을 1.6%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개표 내내 초박빙 접전을 펼친 두 정당은 각자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변이 없는 한 사민당, 기민기사 연합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이번 총선을 끝으로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의 권좌를 이어받는다.

▶사민당-기민·기사당 연합, 초박빙 승부 끝에 연정 주도 경쟁=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면서 “유권자들은 내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당 연합 총리 후보는 “항상 가장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총리를 배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민·기사당 연합 주도로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와 함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대연정을 이끌어온 숄츠 후보는 메르켈의 뒤를 이어 정부를 이끌 안정적인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유례없는 추격전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의제는 ‘기후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환경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녹색당이 이번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제3당으로 올라선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어슝스그루페 바렌(Forschungsgruppe Wahlen)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독일이 직면한 12가지 의제 가운데 기후 변화가 최우선 해결 과제로 지목됐다.

기후 변화를 지목한 응답자는 43%에 달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38%)이 뒤를 이었다. 그밖에 불법 이민·연금·불평등 등이 거론됐다.

이 기관 조사에서 2004∼2014년까지는 실업 문제가 핵심 의제였으며, 2014∼2019년 사이에는 중동·아프리카에서 독일로 13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온 사회상을 반영해 불법 이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이후 지난 7월 독일에서 홍수가 발생해 180명 넘게 사망하면서 환경과 ‘기후 변화’ 문제가 독일 사회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정치 진영을 초월해 각종 정책 발표와 연설에서 ‘기후’라는 단어 사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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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이 약진해 제3당으로 부상해 향후 집권당 연정 구성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사진에서 녹색당 공동 대표인 아날레나 배르보크(왼쪽)와 로베르트 하베크가 이날 선거 출구 조사 발표 뒤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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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13%였던 사민당 지지율 반년만에 2배…‘코로나’·‘기후 변화’ 핵심 키워드=올봄에만 해도 13%까지 떨어졌던 사민당 지지율은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사민당이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16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게 된다.

올초만 해도 지지율이 37%에 달했던 기민·기사당 연합은 코로나19 확산, 폭우에 따른 대규모 참사 등을 겪으며 유례없는 추락 끝에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설립 이후 역대 최악의 선거 결과를 얻었다.

녹색당은 14.8%를 득표해 사상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제3당으로 올라섰고, 자유민주당(FDP)도 11.5%로 4년 전(10.7%)보다 선방했다.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0.3%를 득표해 4년 전(12.6%)보다 지지율이 떨어졌다.

좌파당은 4.9% 득표에 그쳐 4년 전(9.2%)에 비해 지지율이 반 토막 나면서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독일은 5% 이상을 득표한 정당만 원내에 진입할 수 있다.

의석수로 환산하면 전체 735석 중 사민당이 206석, 기민·기사당 연합은 196석(기민 151석, 기사 45석), 녹색당은 118석, 자민당은 92석, AfD는 83석, 좌파당은 39석을 각각 차지하게 됐다.

현재 의석수 환산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정당 상징색에 따라 대연정(사민당-빨강·기민당-검정),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 자메이카(기민당-검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 등의 집권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사민당과 기민당 모두 연정 구성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만큼, 두 정당은 각각 녹색당과 자민당과의 연정을 시도할 전망이다.

독일은 선거제도의 특성상 하나의 정당이 단독 정부를 구성하기 어려워 총선이 끝나도 연립정부 구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는 어느 당도 득표율이 높지 않아 1953년 이후 처음으로 3개 정당이 연립정부를 꾸려야 해 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두 총리 후보는 모두 크리스마스 전까지 연정협상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 제도는 1인 2표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에 각각 투표할 수 있다.

법정 의석수는 598석이지만 정당의 전체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결정된다. 지역구 투표율에 따른 의석이 많을 경우 초과 의석을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에 현행 709석인 연방의원수는 최대 1000명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잠정 투표율은 78.0%로 4년 전 76.2%보다 상승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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