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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비트코인 채굴업체'와 '원자력 업체'가 손잡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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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암호화폐 채굴업계는 '탄소제로' 에너지 필요

'탈원전' 위기 원전업계도 안정적 소비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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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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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에 굶주린 비트코인 채굴자와 전력이 남아도는 원자력 발전소 소유주가 만났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규모 전력사용 전력사용,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린 암호화폐(가상자산) 채굴업체와 친환경 에너지 열풍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원전 업계가 최근 손을 잡으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탈렌에너지는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원자력 발전소 옆에서 축구장 4개 크기의 채굴시설 설립을 위한 토지 개발을 시작한 비트코인 채굴업체 테라울프와의 합작 투자를 시작했다. 원자력 전력회사 에너지하버는 오는 12월부터 오하이오의 스탠더드파워 채굴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미국 원전 스타트업인 오클로는 컴퍼스마이닝과 20년간 전력공급 파트너십을 지난 7월에 체결했다. 오클로는 파트너십 초기 단계에서 소형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전력 최소 150메가와트(MW)를 컴퍼스 마이닝에 공급할 예정이다. 컴퍼스 마이닝은 오클로부터 받은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한다.

비트코인 채굴의 핵심은 채굴장비를 24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런데 채굴에는 대량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에너지 생산에 화석연료가 많이 쓰여 채굴이 곧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마저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량은 95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 한 해의 전력 소비량인 67TWh를 이미 넘어섰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채굴에 나선 사람이 늘고, 이들 대부분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채굴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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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부터 원자력 전력회사 에너지하버의 전력 운영될 예정인 미국 오하이오에 위치한 스탠더드파워의 암호화폐 채굴센터 전경. /사진=스탠더드파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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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 원전 업계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커진 안전성 우려 속 세계적 '탈(脫)원전' 움직임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WSJ은 "원전은 배기가스 없는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하지만, '안전성' 우려로 풍력·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와의 경쟁에서 밀려 전력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암호화폐 채굴과 원전의 만남은 두 산업이 직면한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탈렌에너지의 수요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오는 2022년과 2023년 회사의 수익이 2억900만달러(약 2457억6310만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탈렌에너지 측은 비트코인 채굴시설을 '탄소제로' 사업 구축의 핵심으로 보고 채굴업체와의 협력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머스크 CEO도 지난 7월 미국 암호화폐 콘퍼런스에서 "현대식 원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극도로 안전하다"며 비트코인 채굴에서의 원자력 사용을 지지했다. 지난 2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테크위크(Tech Week)행사에서도 원자력을 미래 에너지원 중 하나로 꼽으며 원전 폐쇄를 반대했다.

그러나 에너지 컨설팅업체 커스텀마이즈 에너지 솔루션의 빌 두간 이사는 "더 많은 원전 업체와 비트코인 채굴업체 간 제휴가 예상되지만 폐쇄 위기에 놓은 원전을 구할 만큼은 아니다"라며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도 이들의 협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최대 시장으로 꼽혔던 중국은 지난 5월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 금지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자국에서 이뤄지는 암호화폐의 거래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해외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적발시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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