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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주유소 기름 동나고, 슈퍼 진열대 '텅텅'···패닉 빠진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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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브렉시트 여파 EU회원국 소속 트럭운전사들 떠나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 떨어지며 임금 하락도
영국이 주유소 기름과 식료품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운송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영국 최대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6일(현지시간) 전국 1200개 주유소 지점 중 30%에 기름이 동났다고 밝혔다. 영국 석유소매상협회도 이날 5500개에 달하는 회원사 주유소의 3분의 2 이상의 연료가 고갈됐고, 나머지도 “부분적으로 곧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BBC가 전했다.

주유소에 기름을 운송할 트럭 기사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영국 전역의 문을 연 주유소에는 이날 사흘째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교통부 장관이 이날 “연료 부족은 없다. 평소처럼 행동한다면 대기 행렬이 사라질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주유소 여섯 군데를 들르고도 기름을 넣지 못하거나, 밤새 줄을 서서 겨우 주유한 사례도 전해졌다.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는 1인당 주유 한도를 30파운드(4만8000원)어치로 제한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에는 트럭 운전사가 10만명이나 부족하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 여파로 출입국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이미 유럽연합(EU) 회원국 소속의 운전자 수만명이 영국을 빠져나갔다. EU와 영국을 오가며 사업하던 물류기업 일부도 영국에서 철수했다. 브렉시트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세금이 늘어나고, 유로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실질적인 임금 하락 효과를 가져왔다.

물류 부족으로 식료품 매대가 비는 슈퍼마켓도 늘고 있다.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스는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올해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영국의 술집 체인 웨더스푼스에는 일부 맥주 브랜드가 동났고, 맥도날드는 지난달 전국 1250개 매장에서 밀크 셰이크 판매를 한때 중단했다.

농장도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가금류협회는 브렉시트 이후 EU 노동자들이 영국을 떠나 일자리 6개 중 1개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BBC는 이대로라면 올해 크리스마스에 영국 가정의 주요 만찬 재료인 칠면조 고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짐 맥마흔 노동당 하원의원은 “이대로라면 가게 진열대는 텅 비고 의약품이 배달되지 않고 국가의 크리스마스가 망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결국 트럭 운전사 5000명과 육류가공 노동자 5500명에게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유효한 임시 비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트럭 운전사의 임금을 올려 인력 부족을 해결하라며 관련 기업들의 비자 발급 요구를 거부해왔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존슨 총리는 군인 수백명을 긴급 투입해 석유를 운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크와시 쿠르텡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도 셸과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들과 회동하고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경쟁법 적용을 한시 중단하겠다고도 밝혔다. 영국 정부는 성명에서 “이 조치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연료 생산자와 공급자, 운송업자, 소매업자와 건설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미온적인 브렉시트 대책이 크리스마스 물류 대란을 부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디언은 “지금이라도 EU 운송업자들이 영국에서 일하도록 허용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금류 농장단체들은 한시적 비자 발급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면서 정부에 이민법 완화를 요구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정부가 트럭 운전사 부족 규모인 10만명에게 추가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

영국 런던에 있는 한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주유소가 26일(현지시간) “기름이 없어서 죄송하다”는 안내 문구를 붙이고 문을 닫았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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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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