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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뇌상봉' 운 뗀 김여정, 사흘째 北 주민들엔 입도 안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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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던 북한이 주민들에게 사흘째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 부부장은 24일과 25일 연이어 담화를 발표하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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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부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자신의 명의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담화를 냈지만, 27일 오후 12시 현재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 주민들이 접하는 매체들은 이를 전하지 않았다. 북한의 발표 당일부터 속보로 관련 소식을 전하는 한국과 외신들의 모습과는 상반된다.

북한은 9월 들어서만도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11ㆍ12일)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15일)을 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난 20일엔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이 나서 “우리(북한)의 할 일”을 언급하며 추가 움직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김 부부장이 한ㆍ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 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던 주장의 연장선이다.

이를 고려하면 김 부부장이 지난 24일과 25일 연이어 담화를 내고 남북의 신뢰회복과 관계 개선을 언급한 점은 분위기의 급반전이라는 지적이다. 군사적 움직임과 함께 청와대를 향해 “머저리”라며 저주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며 ‘베드캅’ 역할을 해 온 김 부부장의 언행이 180도 돌아섰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24일과 25일 김 부부장과 이태성 외무성 부상 명의로 각각 2건과 1건의 담화를 발표했다”며 “남북 신뢰회복과 관계 개선을 언급한 부분을 의미있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여 미사일 발사 소식을 꼼꼼히 전하던 북한 매체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선 함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노동신문에 당의 정책과 국제소식을 싣고, 주민들은 ‘독보회’ 형식으로 이를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며 “북한 당국이 대내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조선중앙통신뿐만 아니라 노동신문에 싣도록 한다”고 귀띔했다. 북한 당국이 한국이나 미국에 대화의 손짓을 하면서도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 부부장은 올해 들어 남북관계와 관련한 담화를 10차례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노동신문이 다룬 건 세 차례(3월 15일자, 5월 2일자, 8월 10일자) 뿐이다.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 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거나 탈북자 전단 살포 및 한ㆍ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등 한국 정부를 저격하는 내용 일색이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7월 27일 남북통신선 연결과 관련해서도 ‘조용’했다.

따라서 북한의 최근 담화가 향후 한국ㆍ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부부장이 25일 담화에서 ‘한국 정치권 움직임’‘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를 고려했다고 했지만 남북관계와 관련된 국내 분위기는 큰 차이가 없다“며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찾으려는 명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담화에서 조건부를 걸거나 ‘개인적 견해’라는 표현을 한 건 공을 한국이나 미국에 넘긴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대내적으로는 대남 경계심을 강화해 경제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결속을 추구하면서도, 대외적인 화해 손짓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얘기다. 통일부는 김 부부장이 언급한 종전선언이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 개최 등을 위해선 끊겨 있는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이 우선이라는 방침이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남측의 통화시도에 불응했다.

또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최근 북한의 핵단지인 영변 지역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영변의 50㎿급 원자로 건물의 사용후 핵연료 보관시설의 지붕과 벽면을 해체했다고 27일 전했다. 38노스는 이런 움직임을 5㎿급 원자로 재가동 정황과 고농축 우라늄(HWP) 공장 확장공사 등 북한의 핵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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