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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 2위 다툼 치열…'1위의 결선 경쟁자 선택'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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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구도…누가 2위인지가 결선투표 결과 좌우할 가능성

예측불허 경쟁에 억측 난무…아베 지원에 '극우' 다카이치 막판 스퍼트

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위 다툼이 치열하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상위 2명을 놓고 결선 투표를 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누가 2위로 결선에 오르느냐에 따라 차기 일본 총리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82명과 당원·당우가 각각 382표씩 합계 764표를 행사하는 1차 투표에서는 4명의 후보자 가운데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이 선두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각각 2·3위를 달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국회의원 동향에 따라서는 2·3위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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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외치는 고노 다로 日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후임자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17일 막을 올린 가운데 선거에 출마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 이날 도쿄에서 선거 운동 출범을 알리는 온라인 행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자민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26일까지 실시한 지지 동향 조사와 18∼19일 실시한 당원 조사 결과를 조합해 보면 고노는 의원 103표, 당원·당우 177표를 합해 280표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27일 보도했다.

2위인 기시다는 의원 127표, 당원·당우 94표 합계 221표에 달했으며 다카이치는 의원 82표, 당원·당우 86표로 합계 168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다카이치가 기시다에게 53표 차이로 뒤져 있는 셈이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의원 21표, 당원·당수 25표로 합계 46표에 머물고 있다.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밝히지 않은 의원은 49명(이하 '부동표')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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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총재 출마 선언하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총무상이 8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태평양전쟁을 이끈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단골로 참배해 온 극우파 여성 정치인이다.



요미우리의 분석대로라면 고노는 1위를 달리고 있으나 과반(383표 이상)에 달하지 못한 상황이고, 부동표를 다 차지해도 과반에는 미달한다.

조사에서는 기시다가 다카이치를 앞서고 있으나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 설득에 나서면서 다카이치가 급격히 세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점 등에 비춰보면 그가 부동표 등을 다수 흡수해 2위로 결선 투표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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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본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결선에 오르는 2위가 누구인지가 관건이 되는 양상이다.

결선 투표에서 고노와 기시다가 맞붙는 경우 기시다가 역전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결선에서는 국회의원 표는 1차 투표와 마찬가지로 382표이지만 당원·당우 표는 47표로 줄어들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지지를 다수 확보한 기시다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민당 베테랑 의원들은 과거에 탈원전을 주장했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를 갑자기 백지화하는 등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고노를 경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를 지지했던 이들 중 상당수가 결선에서 고노 견제를 위해 기시다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결선에서 고노와 다카이치가 맞붙는 경우 고노에게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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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조회장
[도쿄 교도=연합뉴스]



1차 투표에서 상대적 비둘기파인 기시다를 지지했던 이들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계속 참배하겠다고 밝히는 등 극우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낸 다카이치에게 결선에서 표를 주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진영 내에서는 "사상 신조 면에서 다카이치를 밀어주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27일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정세를 고려해 현재 선두를 달리는 고노 진영 측은 1차 투표 때 고노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들이 다카이치에게 표를 던져서 결선에서 고노와 다카이치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는 억측까지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6일 열린 민영 후지TV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고노 후보의 진영에는 표 일부를 다카이치 후보에게 할당해 (그를) 2위로 만드는 편이 좋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하자 고노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면서 "가짜 뉴스"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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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세이코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기시다가 간사장 등의 임기 제한을 주장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니카이파(47명) 의원들이 기시다를 견제하는 계획을 마련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1차 투표에서 니카이파 의원들이 다카이치를 지지해 결선투표에 올라가도록 한 뒤 결선에서는 고노에게 표를 준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니카이파의 한 간부는 "승산이 있는지 어떤지에 달렸다"면서 이런 시나리오를 실행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상대적 온건파인 노다 지지자들 역시 결선에서는 다카이치보다 고노를 찍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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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와 다카이치 사나에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카이치는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으로 비쳤으나 아베가 지원하면서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96명) 의원들이 대거 지지하는 등 세를 확대하고 있다.

아베는 다카이치 외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호소다파 젊은 의원들에게 전화해 흔들기를 하고 있으며 다카이치를 지지하기로 한 의원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등 다카이치가 2위에 들도록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되는 것이 일본 총리가 되는 사실상의 필요 조건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이달 29일 실시되며 신임 총재는 내달 4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차기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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