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그린벨트 해제지역 복구사업, 엉성한 관리로 문제 많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택지 등으로 사용할 때 대상지의 일부를 공원 녹지 등으로 확보하도록 의무화한 ‘개발제한구역 훼손지 복구제도’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지역은 이용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에 공원을 조성하거나, 철거 후 원상복구가 필요한 불법 건축물이 있는데도 복구사업지로 지정돼 그린벨트 기능 보존이라는 원칙마저 저해하는 경우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사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훼손지 복구’라는 명칭 수정을 포함한 사업 추진방식 변경부터 사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연구원은 27일(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개발제한구역 훼손지 복구제도 개선방안’을 매주 발행하는 온라인 주간지 ‘국토정책 브리프’에 게재했다.

● 그린벨트 해제지역, 녹지 등 확보 면적 평균 13% 이하

훼손지 복구제도는 도시 확산 방지와 도시녹지 공간 제공이라는 기능을 갖고 있는 그린벨트를 택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해제할 때 부분적으로나마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이다. 정부가 2008년 그린벨트 해제가능총량을 확대하면서 그린벨트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2009년 2월 도입했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 개발 사업자는 해제면적의 최대 20%에 상당하는 구역 내 훼손지를 공원이나 녹지 등으로 복구해야만 한다. 복구사업은 논(전) 밭(답) 목장용지 임야 하천 공원 등을 원형복구하거나 수목원이나 자연휴양림, 도시공원이나 녹지 등을 설치하면 된다. 복구할만한 사업지가 없는 경우 해제면적에 개별공시지가 평균의 15%를 곱해 산정한 ‘보전부담금’으로 대납할 수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훼손지 복구사업 대상은 모두 106건이며, 복구사업내용이 확정된 곳은 모두 93건이었다. 이 가운데 51건은 복구사업으로, 31건은 보전부담금 납부로 진행됐다. 복구사업과 보전부담금을 병행(10건)하거나 복구사업과 공공시설 조성을 함께 하는 경우(1건)도 있었다.

문제는 복구사업으로 진행된 현장의 실제 진행이 지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복구사업 51건의 그린벨트 해제면적 대비 복구사업면적의 평균 비율은 12.8%에 불과했다. 또 복구사업비가 그린벨트 개발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8.0%에 머물렀다.

보전부담금을 납부한 사업(31건)은 납부액이 그린벨트 전체 개발비의 평균 2.9%, 복구사업과 보전부담금 납부 또는 공공시설물 조성과 병행한 11건 사업의 경우에는 평균 4.6%로 매우 낮았다.

● 부실한 사업운영에 부작용도 적잖다

복구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는 경우도 다수 드러났다.

토지의 물리적 훼손 여부만으로 훼손지를 판정하면서 녹지지구 등으로 지정돼 있어 복구사업이 진행하기 어려운 지역을 선정하거나, 접근성이 낮고 이용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에 복구사업을 통해 공원을 조성하는 경우가 있었다.

철거 후 원상복구가 필요한 불법 건축물이나 공작물이 있는데도 복구사업대상지로 인정해 그린벨트 기능 보존이라는 원칙을 저해하기도 했다. 또 주택 등 주민생활에 필요한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을 대상지로 지정하면서 주민들이 주변지역으로 이전함으로써 또다른 그린벨트 훼손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임야로 돼 있던 미집행 도시공원을 복구대상 사업지로 선정함으로써 공원시설 설치 등을 통해 오히려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곳도 나타났다.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지어야 할 학교나 노인요양시설 등을 복구사업 대상지에 짓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밖에 정부가 복구사업면적을 해제대상 면적의 10~20% 범위로 넓게 규정한 탓에 사업시행자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복구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업비가 증가하거나 사업이 아예 무산되는 사례도 나왔다.

● 훼손지 복구사업이라는 이름부터 바꿔야

국토연구원은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복구사업의 성격을 재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린벨트 훼손지역을 복구하는 소극적·수동적 개념이 아니라 그린벨트 내외의 난개발 우려지역이나 환경·생태적 복원이 필요한 지역을 선제적·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개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훼손지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공간적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 훼손지를 ‘(가칭)녹지확충우선지역’으로, 복구사업은 ‘개발제한구역 내 녹지확충사업’으로 각각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구사업 대상지도 그린벨트 해제지역 내부뿐만 아니라 경계지역이면서 난개발이 예상되거나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포함시켜 녹지확충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업대상지의 입지 조건에 따라 복구사업의 유형을 차등화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복구면적 산정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복구사업비보다 낮은 보전부담금을 현실화하는 등 복구사업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