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새벽 5시 반부터 주유소 줄 섰다" 이번엔 기름 동났다…영국에 무슨 일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영국 주유소에 늘어선 줄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 영국 전역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주유소에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인근의 고속도로까지 정체되는 '주유 대란'이 벌어졌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휴지 사재기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주유소 네 군데를 들러도 기름을 넣지 못해 출근을 못 할 뻔한 햄프셔 지역 간호사와 토요일에 세 군데, 일요일에 여섯 군데를 갔지만 주유를 못 해서 월요일 회의를 취소했다는 케임브리지의 건설업체 직원 사례를 소개했다. 새벽 5시에 30분을 기다려 겨우 주유했다거나, 주유소 대기 차량이 뒤엉켜서 고속도로까지 정체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번 사태는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주유소에 기름을 나를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이 대거 귀국한 데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신규 유입이 막히고 코로나19와 운전면허 관리 기관의 파업으로 인해 관련 운전면허 시험도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BBC는 BP의 지점 중 3분의 1의 휘발유가 동났으며, 이미 일부 주유소는 잠정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휘발유 공급 업체 쉘 또한 자사 소속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가 바닥을 보였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지역에 기름이 남은 주유소가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올라오고 있으며,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는 1인당 주유 한도를 30파운드(4만8000원)로 제한했다.

이에 정부는 트럭 운전사 5000명과 육계 업계 종사자 5500명에게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영국 내 원활한 물류 이동을 위해 필요한 트럭 운전자 수에 비해 부족한 수는 1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유류 업계에선 3개월 임시 비자로 해결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랜트 샙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연료가 풍부하고 미국에서도 연료가 부족하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대로 사람들이 행동한다면 대기 행렬 혹은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샙스 장관은 사재기에 나선 운전자들과 화물운송 업계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운전자들이 평소처럼 주유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화물협회의 누군가가 지난주 정부-업계 회의에서 다뤄진 BP의 트럭 운전사 부족 상황에 관해 언론에 흘린 뒤 사재기가 벌어졌다면서, "조작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전 고용연금부 장관이자 브렉시트 찬성론자로 알려진 이언 던컨 스미스는 텔레그래프 칼럼에서 트럭 운전사 부족은 브렉시트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행정 무능 탓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