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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은행 가계대출 한도 '바닥'…대출 빙하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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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올해 57조5천억 순증 연간목표치 초과하며 대출 한도 소진 다음 달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예고 [비즈니스워치] 이경남 기자 lkn@bizwatch.co.kr

금융당국이 고강도 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유독 빠른 속도로 가계대출 규모가 늘다 보니 은행들이 계획했던 대출 한도도 거의 소진되고 있다.

문제는 대출을 필요로 하는 예비 차주들이 여전히 많다는 데 있다. 실제로 주택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재차 꿈틀댈 전망이다.

게다가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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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으로 늘어난 가계대출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의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403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올해만 29조2496억원이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3%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연간 5% 수준 이내로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남은 3개월간 이들 5대 은행이 가계에 대출해줄 수 있는 여력이 4조원 밖에 안된다는 얘기가 된다.

비단 주요 은행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 은행권으로 봐도 올해 8월까지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57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988조8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간 목표치인 5%(49조5000억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가계가 2금융권으로 몰려가 받은 대출도 상당하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자 자연스럽게 2금융권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8월까지 가계가 보험사와 저축은행, 여신전문회사 등에서 빌린 대출 규모는 15조8000억원 규모다. 2019년 같은 기간 3조2000억원, 2020년 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단연 주택시장이 주도했다. 올해 8월까지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7조5000억원 중 42조3000억원은 주택담보대출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의 73%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집값 안정을 내세워 부동산 규제지역 지정과 함께 LTV 40%라는 초강력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펼쳐왔다.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상승했고, 매수 수요도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크게 늘었다.

실제 분기 평균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2만3400호에서 올해 1만8700호로 줄어든 반면 1~8월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량은 42조3000억원 수준으로 비슷했다. 집을 산 사람은 줄었지만 가격이 예년보다 비싸다 보니 대출 규모는 줄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상승한 전셋값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2년마다 새롭게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근 몇 년 사이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총량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유독 불타오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주식에다 가상자산 시장마저 역대급 호황을 누리면서 '빚내서 투자하자'라는 의미의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코로나19 변수 역시 가계가 은행의 문을 두드린 원인으로 꼽힌다. 내수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차주 역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은 거래량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공모주 청약 등 자산매입과 생활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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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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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창구 문 닫는다는데…괜찮을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저금리 시대의 종결을 예고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의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면 부실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돈을 빌려준 은행권으로 부실이 전이될 수도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72.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포인트나 상승했다. 소득에 비해 빚이 훨씬 더 빨리 늘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이 제약되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내달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실수요자 위주 대출이라 규제를 피해갔던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죄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고강도 대출규제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 수요는 재차 꿈틀대고 있다. 당장 이사철을 앞두고 있음에도 수급불안 우려 등으로 주택가격은 물론 전셋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생활자금 대출 수요도 줄지 않고 있다.

은행 여신관리본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계속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급한 불부터 끄려는 심리가 지속할 수 있다"면서 "규제와 함께 실수요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할텐데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차주별 DSR 규제를 조기 도입하고, 전세대출까지 규제할 경우 보증기관의 보증금액을 줄이거나 주택과 마찬가지로 전세도 가격별로 차등을 두는 방안이 예상된다"면서 "당국이 실수요자를 구제하기 위한 핀셋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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