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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오징어게임 열풍]③韓 생산하청기지 전락?…'K-콘텐츠' 세계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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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콘텐츠 1~2회분 제작비로 넷플릭스 1위 차지한 '오징어게임'

"콘텐츠 저변 확대 역할 뚜렷…계약 관행 문제 등 과도 살펴야"

뉴스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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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우리나라가 글로벌 OTT의 제작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2016년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줄곧 업계에서 제기해온 우려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장악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최근 '오징어게임'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넷플릭스를 통한 'K-콘텐츠'의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공과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넷플릭스 이펙트'…한국에 갇힌 'K-콘텐츠' 세계로 뻗는 가교 역할

'오징어게임'은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톱 10' 전체 1위에 올랐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로는 최초다. 인기 시리즈인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콘텐츠 강국 미국에서 제친 것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도 미국 오늘의 톱 10 콘텐츠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영화 '승리호'와 '#살아있다' 역시 해외 시장에서 최고 인기 콘텐츠에 오른 바 있다. K-좀비물 '킹덤' 시리즈도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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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던 '스위트홈'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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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확산 효과는 뚜렷하다. 190개 이상의 국가로 서비스되는 '플랫폼 효과'가 나타나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되는 K-콘텐츠의 파급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서비스의 특징인 참여자가 늘수록 참여자 전체의 효용이 늘어나는 기하급수적인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2억900만명(올해 2분기 기준)에 달하는 가입자에 기반해 콘텐츠 제작사의 참여가 늘고, 다시 이용자가 확대되는 선순환 효과다.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갖춘 넷플릭스의 네트워크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일일이 개별 지역 유통·배급사와 계약을 맺던 방식에서 벗어나 K-콘텐츠가 더욱 쉽게 한국 시장 너머로 확산될 수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와 글로벌 시청자가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OTT 견제하던 지상파의 위기…넷플릭스 콘텐츠 납품도

반면,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을 견제하던 '왕년의 드라마왕국' 지상파의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제작 인력의 유출을 비롯해 OTT에 콘텐츠 하청을 받아 제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MBC 퇴사는 지상파의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김 PD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퇴사 소식을 전하며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 단지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이 안 맞았을 뿐이다'라는 얘기를 후배들과 해왔던 터라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그걸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 납품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MBC는 김태호 PD가 제작 중인 예능 '먹보와 털보'를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할 예정이다. 플랫폼 지형의 변화로 MBC가 제작한 프로그램이 MBC에는 방송되지 않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나타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률 기준 점유율 합계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6년 48.8% 수준이던 지상파 점유율은 2017년 44.5%, 2018년 42.1%, 2019년 39%까지 떨어졌다. 이미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청 점유율이 지상파를 앞지른 미국 시장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뉴욕타임스(NYT)에 OTT가 케이블TV와 지상파를 대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콘텐츠 제값 받기 등 '공' 뚜렷, 계약 관행 등 '과'도 살펴야

'글로벌 골리앗' 넷플릭스 입장에서 K-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가성비'가 좋다. '오징어게임' 총 제작비는 200억원 수준이다. 한국 시장을 놓고 봤을 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콘텐츠지만, 세계 무대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1200만달러(약 141억원)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콘텐츠 1~2회분을 만들 비용으로 총 9회분의 콘텐츠가 제작돼 시청률 1위라는 성과를 낸 것. 넷플릭스에게 K-콘텐츠는 적은 돈을 들여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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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전체 제작비는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 1~2회분 제작비에 불과하다. 배우 케일럽 맥러플린, 게이튼 마타라조(오른쪽)가 2019년 6월21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기묘한 이야기 3'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2019.6.21./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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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를 두고도 제작비가 3억달러(약 3370억원)에 달하는 할리우드 SF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인 240억원으로 볼만한 CG 효과를 연출했다는 호평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국내 플랫폼보다 더 큰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하는 넷플릭스를 지렛대 삼아 '콘텐츠 제값 받기'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과를 잘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의 투자는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하며,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점, 콘텐츠 제값 받기 등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제작 생태계의 쏠림 및 콘텐츠 다양성 문제를 비롯해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문제 등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사와의 계약 관계에서 불투명한 정보 공개, 수익 배분 문제 등이 있다"며 "시청 수가 공개되지 않는 등 일방적 계약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콘텐츠 저변이 확대되는 효과는 분명하다"면서도 "제작사에 러닝 개런티를 추가로 주지 않는 계약 관행으로 인해 넷플릭스의 콘텐츠 하청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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