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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민당 숄츠냐 기민당 라셰트냐… 獨 총리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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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초박빙

26일(현지 시각) 실시된 독일 총선에선 초박빙의 피 말리는 승부가 펼쳐졌다. 선거 한 달을 남기고 중도 좌파 사민당이 줄곧 선두를 지켰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포인트 차이까지 추격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역대 어느 총선보다 막상막하의 접전이 벌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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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독일선거관리위원회, 알렌스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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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알렌스바흐가 지난 23일 실시한 정당별 지지율 조사에서 사민당은 26%의 지지율로 1위를 지켰지만 기민·기사당 연합이 25%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두 정당 다음으로 녹색당(16%), 자유민주당(10.5%), 독일을위한대안당(10%), 좌파당(5%) 순이었다. 알렌스바흐 이외에 23~24일 실시한 5개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이 기민·기사당 연합을 2~4%포인트 차이로 앞섰지만 모두 오차범위 내였다. 게다가 부동층이 40%에 달했다.

누구든 과반 득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연정(聯政)이 출범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사민당이 원내 1당이 되면 녹색당·자유민주당과 연정을 구성, 16년 만에 좌파 정권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연정은 세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에 빗대 ‘신호등 연정’이라 부른다. 이 경우 사민당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가 된다.

숄츠는 메르켈 등장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은 사민당을 살려낸 인물이다. 현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의 연정 체제에 따른 지분 나누기로 경제 부총리가 된 숄츠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에 노동부 장관, 함부르크 시장, 사민당 사무총장 등을 지내 경험도 충분한 편이다.

막판 극적 역전으로 기민·기사당이 승리할 경우에도 녹색당·자유민주당과 함께 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연정은 참여 정당들의 색깔이 자메이카 국기와 같다고 해서 ‘자메이카 연정’이라 부른다. 사민당이 선거에서 이겨 1당 자격으로 먼저 연정 협상을 하다 실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2등을 차지한 기민·기사당 연합이 정부 구성 권한을 넘겨받게 되며,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이 참여하겠다고 하면 자메이카 연정이 탄생하게 된다.

기민·기사당 연합이 정권을 유지한다면 당의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가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라셰트는 메르켈 총리나 숄츠 부총리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독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지사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다. 무색무취하다는 악평이 따라다닌다. 특히 지난 7월 독일을 강타한 홍수 때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가 함박웃음을 지은 일로 아직까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

독일 총선을 하루 앞둔 25일(현지 시각) 앙겔라 메르켈(왼쪽) 총리가 기민, 기사당 연합의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의 고향인 독일 서부 아헨에서 라셰트와 함께 마지막 유세를 벌이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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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메르켈 총리의 행보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25일 라셰트의 고향인 서부도시 아헨에 찾아가 라셰트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했다. 원래 메르켈은 퇴임을 예고하고 선거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사민당에 밀리는 판세가 계속되자 말을 바꿔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메르켈의 막판 합동유세는 양날의 칼이다. 우파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메르켈에 비해 라셰트가 함량 미달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 연정이 등장하더라도 녹색당이 역대 최다 의석을 확보, 큰 지분을 갖고 연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당 총리 후보인 안나레나 베어보크는 핵심 부처 장관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좌파든 우파든 차기 독일 정부는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2017년 총선에서 일약 원내 3당으로 약진했던 극우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은 지지율이 4~5위로 하락했다. 난민 유입에 따른 진통이 다소 잠잠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정 합의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당 간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2017년 총선 때도 연정 합의까지 4개월이 걸렸다. 당시 메르켈은 ‘자메이카 연정’을 먼저 추진했지만 협상에 실패하자 사민당과 손을 잡고 현 정부를 출범시켰다. 이번에도 차기 정부가 빨라야 올 연말, 늦으면 내년 초에 출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베를린=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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