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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 ‘中제재 상징’ 멍완저우 풀어주고…中은 ‘캐나다인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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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진핑 통화 보름만에…美법무부, 멍완저우 기소유예

美-中 ‘인질외교 신경전’ 일단락

NYT “현안 해결에는 도움 안돼”…中언론 “美 상대 中 공산당의 승리”

동아일보

中정부 전세기 타고 귀국한 멍완저우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왼쪽)이 25일 중국 정부가 마련한 에어차이나 전세기를 타고 중국 광둥성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레드카펫에 서서 환영 인파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환영 인파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멍 부회장은 홀로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공항 안팎에는 그의 귀국을 환영하는 시민 수백 명이 몰렸고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그의 귀국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선전=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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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 정부에 의해 체포된 이후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49)이 24일 석방돼 중국으로 돌아갔다. 2018년 12월 1일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런정페이의 큰딸이다. 미국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 정부에 멍 부회장 체포를 요청했었다.

멍 부회장이 풀려난 24일 중국은 간첩 혐의로 붙잡아 두고 있던 캐나다인 2명을 풀어줬다. 미중 갈등이 빚은 ‘인질 외교’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맞교환 형식의 이번 석방으로 일단락됐다. 중국 언론은 멍 부회장의 석방을 두고 “중국 외교가 미국을 상대로 거둔 성과이자 중국 공산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24일 미국 법무부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멍 부회장은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 화상으로 출석해 검찰과 합의를 위해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무죄 탄원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공식적으로는 유죄를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에 통신장비를 판매하기 위해 은행에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법무부는 2022년 12월까지 멍 부회장의 금융사기 혐의 등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고, 그가 특정 조건들을 이행하면 그 시점에 사건을 기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은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으로 넘기기 위한 범죄인 인도 재판을 중단하고 석방 명령을 내렸다. 밴쿠버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있던 멍 부회장은 석방 후 곧바로 화웨이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행 비행기에 올랐다.

중국은 자국에 붙잡아 두고 있던 캐나다인 2명을 석방했다. 멍 부회장 체포 9일 뒤인 2018년 12월 10일 간첩 혐의로 억류한 2명으로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2년 반 넘게 임의 구금돼 있던 이들을 석방하기로 한 중국 당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석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한 이후 보름 만에 이뤄졌다. 중국과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지만 협력할 부분을 동시에 모색하며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정책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중국과의 긴장 수위 조절에 나섰다.

이번 석방 결정이 미중 갈등 완화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최근 영국, 호주와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3자 안보연합체 ‘오커스(AUKUS)’를 출범했고, 24일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을 겨냥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수호 방침을 강조했다. 화웨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및 통신기술 개발 견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외국인을 잡아 협상카드로 쓰는 만만찮은 전술을 썼다”고 지적하며 “이번 석방이 홍콩 등지의 인권문제, 사이버공격, 대만 문제 같은 더 심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멍완저우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무고한 중국인에 대한 정치적 박해이자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을 탄압하려는 의도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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