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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멍완저우 귀국에 "대미외교 승리" 자축… 화웨이 분쟁은 계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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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부회장 "조국과 인민, 당에 감사"
현지 매체 "중국 외교의 승리" 자평
美 화웨이 '이란 제재위반' 공소 유지
한국일보

캐나다에서 석방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선전=신화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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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여, 제가 돌아왔습니다.”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49) 부회장은 25일 밤 중국 광둥성 선전시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해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외쳤다.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돼 캐나다에서 가택연금에 처해졌던 그가 2년 9개월 만에 중국 땅을 다시 밟자 현지에선 애국주의 물결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주요 언론들은 그의 귀국을 대미(對美) 외교 승리라고 강조하며 ‘승리의 기쁨’에 취했다. 그러나 국가 영웅이 된 멍 부회장 개인과 달리, 미중 패권경쟁 한복판에 떠밀린 화웨이의 앞날은 당분간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웅대접’ 받으며 돌아온 멍완저우


멍 부회장은 이날 중국 정부가 마련한 에어차이나 전세기를 타고 캐나다에서 귀국했다.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연상시키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가슴에 붉은색 국기 휘장을 단 그가 항공기에서 내리자 활주로에 몰려 있던 수십 명의 시민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신화통신은 “환영인파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애국 발언’을 쏟아냈다. “오성홍기가 있는 곳엔 믿음의 등대가 있다. 신념에도 색깔이 있다면 분명 중국홍(中國紅·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일 것”이라거나 “위대한 조국과 인민, 당과 정부의 관심에 감사한다”며 시진핑 정권을 한껏 치켜세웠다.

곳곳에선 그의 ‘영웅 만들기’가 이어졌다. 멍 부회장이 탄 항공기가 공항에 들어서자 관제탑은 “조국은 영원히 당신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라며 환영사를 보냈고, 선전시 랜드마크 핑안국제금융센터는 건물에 조명을 밝혀 ‘멍완저우 귀환 환영’이란 문구를 내걸었다. 중국 최대 포탈사이트 바이두를 비롯해 각종 매체들은 공항 상황을 멍 부회장 입국 6시간부터 생중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멍 부회장의 공항 도착 장면을 시청한 사람은 1억 명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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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바오안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귀국을 환영하고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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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 “강한 중국 힘 보여줬다”


멍 부회장이 중국에서 이런 환대를 받는 것은, 그의 체포 및 기소, 가택연금이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정책 일환이라는 시각이 중국 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딸인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캐나다 벤쿠버 국제공항에서 미국 정부 요청을 받은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한 달 뒤 미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멍 부회장과 화웨이가 홍콩 위장회사를 활용해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는 등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였다. 중국 정부는 줄곧 그에 대해 ‘미국의 중국 때리기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왔다. 이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 중국 국민에 대한 정치 박해 사건이고, 목적은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을 탄압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서방 국가들에 ‘강한 중국’의 힘을 제대로 각인시켜 줬다는 이유다. 특히 관영 매체들은 공을 정부로 돌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인민의 중대 승리”라며 “어떤 힘도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순 없고, 어떤 힘도 중국의 전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관영 CCTV는 “(미국) 패권에 반대하는 중국 인민의 위대한 의지를 보여 줬다”면서 “공산당이 영도하는 강대한 중국은 인민의 비바람을 막아내는 데 가장 강력한 보장”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국가가 강대해지면 골칫거리도 많아지긴 하지만, 강대국이어야만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자평(환구시보)마저 나왔다. 이를 두고 미 CNN방송은 “중국은 멍 부회장의 귀환을 서방에 대한 승리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국가적 자부심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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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중국 베이징에서 화웨이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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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제재는 유지... "확대 가능성도"


다만 멍 부회장의 화려한 귀환은 ‘개인’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다. 화웨이 회사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냉전 시절의 ‘인질 맞교환’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그를 풀어 주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은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 혐의 관련 공소는 유지해 법적 단죄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화웨이) 회사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형사 소송은 진행 중이며, (기소연기 합의 과정에서) 멍 부회장이 했던 (이란 제재 관련) 진술을 향후 화웨이 소송 증거로 삼으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덤 시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이라며 “기술 분야에서 양국의 불신은 지금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되레 미국의 제재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은 지난 23일 “필요하다면 화웨이를 대상으로 추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기술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란 얘기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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