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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처럼” 이것이 삼성이 제시하는 ‘신개념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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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버드 연구진,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

뇌 신경망 연결지도를 칩에 적용하는 기술

중앙일보

반도체 집적회로(CMOS칩)에 배열한 나노전극이 쥐의 뉴런 신호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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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에서 승리한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구동하는데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알파고는 12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영상처리장치(GPU), 그리고 920테라바이트(TB)의 기억장치를 갖추고 12기가와트(GW)의 전력을 소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성인이 식사하는 데 소모하는 에너지가 20와트(W)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효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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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 지도를 복사하는 나노전극. 그래픽 차준홍 기자





초전력 고효율 반도체 실현 가능



알파고 같은 고성능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저전력 고효율 반도체가 실현 가능하다는 연구 논문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비전이다. 이르면 4~5년 뒤에 시범 도입이 가능하다는 예측도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뇌를 복사해서 붙이는 뉴로모픽 전자장치’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을 작성한 4명의 공동 저자 중 3명이 삼성 전자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이다. 함돈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펠로우(미국 하버드대 교수), 황성우 삼성SDS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다.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도 이들과 함께 논문 작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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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한 뉴런 지도를 활용해 재현한 뉴로모픽 반도체. 그래픽 차준홍 기자





“CPU와 메모리를 뇌처럼 합쳐보자”



연구진은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비전을 제시한다. 현재 컴퓨터는 CPU가 프로그램의 연산을 실행하고, D램과 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저장을 맡는다. 지금까지는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구조·크기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속도와 효율에서 한계 수준에 직면해 았다.

뇌의 신경망을 복사해서 만든 반도체(‘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라면 인지와 추론 등 고차원 기능까지 재현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아이디어다. 별개로 작동하는 CPU와 메모리를 사람의 뇌처럼 합쳐보자는 뜻이다.

뇌의 신경세포(뉴런)는 서로 연결된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전달한다. 사람의 두뇌는 1000억 개의 뉴런을 100조 개의 시냅스가 연결하고 있다. 뉴런은 전기 자극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시냅스는 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 전달물질을 통해 뉴런 간 정보를 교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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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신개념 반도체의 비전을 제시한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실렸다. [사진 네이처일렉트로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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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뇌 구조 복사 통해 가능성 제시



이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일단 쥐의 뇌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나노 전극을 반도체 집적회로(CMOS칩)에 배열해, 쥐의 뇌에서 오가는 전기 신호를 측정했다. 실시간 달라지는 미세한 전기의 흐름을 포착한 뒤 이를 증폭해서 뉴런과 시냅스의 구조를 파악해 지도로 그렸다.

이렇게 파악한 시냅스의 구조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어 뉴로모픽 반도체를 만든다. 기존의 적층·패키징 기술 등 메모리 반도체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을 응용하면, 뇌의 구조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자율주행차·스마트기기 소비 전력 급감”



뇌의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과 거의 유사하게 반도체를 만든다면,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면서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진다. 이론적으로 뉴로모픽 반도체는 현재 반도체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최대 1억 분의 1 정도를 소비하면서 작동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뇌가 기억·연산·학습·추론 등 다양한 행위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소비하는 전력은 20W에 불과하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장(전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개인 견해를 전제로 “2025년이면 일부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이 뉴로모픽 반도체의 상용화 초기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차·스마트기기 등 충전 전력을 사용하는 이동형 기기의 소비 전력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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