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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진은 말한다] 독립투사 이범석, 1969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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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범석 장군(1900~1972)이 말년에 뚝섬경마장에서 말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새벽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장군은 말에 학생(이화여대 졸업생)을 태우고 승마 지도를 하고 있었다. 승마 경력이 7년인 학생은 장애물 경기에 수차례 입상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청산리전투(1920)에서 일본인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장군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21세에 망국의 울분을 총을 들고 풀었던 사나이다. 평생 늙지 않고 일어나는 '부도옹(不倒翁·오뚝이)'처럼 보였다. 그는 광복 후 이승만 정권 초대 내각에서 초대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을 지냈다. 당시 대법원장은 김병로(항일 변호사), 국회의장은 신익희(임시정부 내무총장), 외무부 장관은 장택상(청구 구락부 사건), 법무부 장관은 이인(항일 변호사)이었다. 5·16 이후 야당 연합의 기치를 내걸고 신민당 창당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지만 재야의 원로로 칭송될 뿐 정계에 나가지는 않았다. 젊은 시절 만주벌판에서 말을 달리던 호기를 새벽 뚝섬경마장에서 삭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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