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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세대출까지 옥좼지만 '역부족'...연말까지 '대출절벽'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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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증가율 '5%' 넘는 은행 속속 등장
은행들 금리 올리고, 한도 올려도 역부족
KB국민은행, 29일부터 '전세대출'도 축소
한국일보

금융당국이 추석 연휴 이후 추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다. 특히 전세금을 충당할 수 있는 무주택자가 필요 이상의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하거나 갭투자 용도로 활용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관련 대출 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실수요자 비중이 높아 실수요자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은행을 통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해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23일 시민이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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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전세대출까지 조이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연 5~6%)의 턱밑까지 차오르자, NH농협은행에 이어 추가로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국도 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상향할 계획이 없어, 최소한 연말까지 지금의 '대출 절벽' 상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출 증가율 5% 넘는 은행들 속속 등장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목표치에 육박하는 은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7월 이미 목표치를 초과해 일부 가계대출을 중단한 NH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 역시 지난 16일 기준 5%를 넘어섰다. 추석 연휴 직후 일부 신용대출이 상환되면서 4% 후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6월 말(3.45%)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1%포인트 넘게 상승한 것이다.
한국일보

22일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광고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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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은행들의 대출 증가율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7월 말 기준 2.58%에 불과했던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8월 말 3.62%로 1%포인트 넘게 껑충 뛰더니, 지난 23일엔 4.31%에 도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그 수요가 KB국민은행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2.61%) 우리은행(3.72%)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KB국민은행이 대출을 옥죄면 풍선효과로 이들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은행권 전세대출 규제에 당국 '흐뭇'...대출 목표치 완화계획 없어


그간 은행들은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우대금리를 없애 대출금리를 높이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06%로, 이미 연초(2.74%) 대비 0.32%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더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 또한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은행들은 이달부터 실수요 대출로 분류되는 전세자금·집단대출 한도까지 줄이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책을 내놓기도 전에, 은행들이 먼저 나서 전세대출 옥죄기에 나선 셈이다.

KB국민은행은 29일부터 전세대출의 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대출 한도 2억 원)'로 제한할 예정이다. 여윳돈이 있는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대출을 일으켜 주식 투자 등 다른 곳에 쓰는 대출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을 추가하고, 3가지 조건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했다. 앞으로 시세가 분양가를 초과하더라도, 분양가만큼만 대출해 주겠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들도 추가 대출 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면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NH농협에 이어 추가로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이 나올 경우, 더 큰 풍선효과 부작용으로 남은 은행들 대출 문턱 역시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수요 대출인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는 당국의 고민거리였는데, 은행들이 알아서 나서 주니, 당국은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당장 당국이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릴 계획도 없어, 적어도 연말까지 대출 절벽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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