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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휴상품 밀어준 쿠팡·택시콜 몰아준 카카오…알고리즘 불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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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플랫폼 기업 ③ ◆

매일경제

쿠팡에서 '사과'를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쿠팡 자체브랜드(PB) '곰곰'을 단 자사 상품이 전체 36개 중 11개가 등장한다. 랭킹순위 기준으로 가장 눈에 잘 띄는 상단 첫째·둘째 줄 상품 8개 중 5개가 '곰곰 당도선별 햇사과'를 비롯한 쿠팡 PB 상품으로 채워졌다. 스크롤을 내려 넷째 줄까지 가야 다른 판매자들 사과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자사와 제휴한 상품과 콘텐츠를 최상단에 노출하고 11번가·G마켓·옥션·인터파크 등 경쟁사는 검색 결과 하단으로 내린 혐의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67억원 처분을 받았다. 네이버는 "소비자가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게 비교해서 구매하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택시를 차별하고 '카카오 편'인 직영·가맹택시에 배차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승객호출(콜)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택시단체들은 승객이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하면 근처에 있는 일반택시보다 멀리 떨어진 카카오 가맹택시에 먼저 배차된다며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직영·가맹택시는 목적지가 뜨지 않아 기사들 수락률이 높은데, 알고리즘에 수락률을 반영하다 보니 배차가 좀 더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품 검색과 추천부터 고객 분석, 구매 예측까지 플랫폼 기업이 짜놓은 알고리즘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알고리즘은 수학과 컴퓨터 발전, 인터넷 융합이 이뤄낸 성과"라며 "더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고, 온라인 활동이 늘면서 알고리즘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심판(플랫폼 기업)이 선수(판매자)로 뛰는 행태가 늘면서 경기장(플랫폼) 룰인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대표 사례가 알고리즘을 통한 자사 상품 또는 서비스 우대 논란이다. 가령, 쿠팡은 가전·의류·잡화·건강뷰티·패션 등 12개 PB를 거느리고 있으며 관련 상품만 1000개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쿠팡이 다른 판매자·소비자 구매 데이터 등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PB 상품을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PB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이 설계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좋은 위치에 많이 노출되는 상품일수록 장바구니에 담길 확률이 높지 않겠냐"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대중의 이익보다 플랫폼의 수익 창출을 강조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의민족(배민) 배달 기사들은 배민이 빠른 배달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배차 알고리즘을 설계해 오토바이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블랙박스처럼 숨겨진 알고리즘을 공개하자는 주장부터, 최근에는 아예 알고리즘을 통한 '자사 제품 또는 서비스 우대'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달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한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여부를 판별할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지침인데, 공정위는 이 지침 안에도 '자사 우대' 등 불공정행위 유형을 예시와 함께 담을 계획이다.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선 노출했다가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받은 네이버 쇼핑·동영상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사 우대 외에 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차단, 최혜국 대우(다른 플랫폼과 가격 등 동일 요구), 끼워팔기 등 총 네 가지 유형이 지침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공정위는 알고리즘을 이용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와 독점 남용 등을 방지하려면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자신의 상품·서비스가 어떤 기준에 따라 노출이 결정되는지 알 수 있도록 알고리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정위는 국회에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에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부과하면서 필수 기재사항에 '상품 노출 기준'을 포함했다. 조만간 연구용역을 거쳐 소상공인 등이 알고리즘에 따른 상품 노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기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플랫폼의 자사 우대 금지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방법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그렇다고 알고리즘을 완전히 공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판매자들이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검색 키워드를 삽입하는 등 어뷰징(abusing)이 발생해 검색 품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알고리즘은 기업의 투자 결과인데, 무임승차로 인한 투자 지체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는 국내 플랫폼 기업 중 검색 알고리즘 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데, 알고리즘 공개 요구는 영업 기밀을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알고리즘엔 개발자조차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에러들이 존재한다"며 "일종의 '블랙박스'인 셈인데 공개 범위를 결정하기 혼란스럽고, 공개한다 해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알고리즘 공개는 무의미하고 '자사 우대 및 자체 상품·서비스 판매 금지'와 같은 원칙을 세워두고 사후 규제를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임영신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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