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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채우면 목돈 생겨도 그만두는 청년들…“청년내일채움 공제 ‘갑질’ ‘족쇄’ 사례 감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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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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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13일 서울 중구 서울시 청년 일자리 센터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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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동자의 목돈 마련을 지원코자 정부와 기업이 지원금을 지급하는 ‘청년내일채움 공제 제도’에 가입한 청년 4명 중 1명 가량은 중도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취지는 좋지만 ‘족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정부 감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직장갑질119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2016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5년간 청년내일채움 공제에 가입한 인원 47만9336명 중 23.4%인 11만2090명이 중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내일채움 공제는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한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2년간 근무해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기업의 지원을 합해 12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제도다.

중도해지 사유는 ‘자발적 이직’이 72.1%로 가장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실질적인 자발적 이직이 아니라, 기존 회사의 임금이 지나치게 낮거나 목돈을 포기할 정도의 힘든 노동, 직장 갑질 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제보 사례 중 많은 이들이 청년내일채움 공제 제도에 대해 ‘족쇄’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어도 공제기간을 채우지 못할까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한 노동자는 “공제에 가입했던 게 후회가 된다. 회사 대표는 개인적 업무를 상시적으로 지시하고 성희롱 발언도 빈번하게 하지만, 공제를 생각해서 버텨왔고 이제 퇴사 후 신고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다른 노동자는 “상사는 파스 심부름, 커피 사오기 등 사적인 심부름을 빈번하게 시키고 막말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며 “공제를 받으려면 반년은 더 다녀야 해서 꾹 참고 있다”고 했다.

공제 제도에 따라 적립되는 정부지원금을 이유로 회사가 급여 삭감을 요구하는 등 근로조건이 악화되거나, 정부지원금을 계속 받기 위해 노동자와의 고용 관계를 종료하면서 자진 퇴사를 강요하고 근로계약 내용을 허위로 작성한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연봉 2800만원으로 계약해 입사하고 청년 공제에 가입했는데, 며칠 후 회사에서 정부지원사업을 신청한다면서 계약서에는 연봉 3000만원으로 적고 월급 중 3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임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청년내일채움 공제 제도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이지만, 악덕 사용자들 때문에 직장갑질의 족쇄로 악용되고 있다”며 “정부가 익명신고센터를 만들고 공제를 활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악용사례를 근절시켜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웅래 의원은 “청년들의 희망이어야 할 청년내일채움 공제가 오히려 고통과 절망을 주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정책의 부작용”이라며 “국정감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하고, 노동부에게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일반 중소기업 취업 청년보다 청년 공제 가입자의 고용 유지 비율이 30%포인트 높게 나타나는 등 장기근속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청년이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엔 공제에 재가입할 수 없지만 휴·폐업, 도산,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기업의 귀책사유로 이직한 경우엔 재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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