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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땅 반값 수용’ 대장동 원주민 뿔났다… 부당이득 환수 등 줄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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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장동 개발사업 AMC인 화천대유의 사무실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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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의 1000배가 넘는 배당으로 특혜의혹이 제기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공영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민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특혜의혹에 대한 의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남시민 김모씨 등 9명은 지난 20일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을 상대로 배당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했다. 소송대리인 측은 소장을 통해 “25억원을 투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3년간 배당금 1830억원을 받았지만, 3억5000만원을 투자한 화천대유와 SK증권(증권사를 통한 투자자)은 4040억원을 받았다”며 “이런 비상식적 배당결의는 법령을 위반해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 시민들 “배당결의 원천 무효”…대장동 원주민, ‘부당이득금 환수’ ‘채무부존재’ 줄소송

자본금 50억원의 성남의뜰은 보통주 3억4999만5000원, 우선주 46억5000만5000원의 지분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중 보통주는 화천대유가 4999만5000원, SK증권이 3억원으로 각각 지분율 1%와 6%다. 이들은 최근 3년간 각각 577억원과 3463억의 배당금을 가져가 전체 배당금 5903억원의 68%를 쓸어담았다. 이는 각 회사 출자금의 1154배에 달한다. 반면 우선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25억5000원·지분율 50%)와 대형은행 등 5개 금융사(21억5000만원·지분율 43%)의 배당액은 보통주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시행사가 사업 초기 리스크와 비용을 부담하는 사업구조를 고려하더라도 과도한 이익을 취한 것이라는 게 소송대리인 측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대장동 원주민 38명, 지난해 8월에는 또 다른 주민 5명이 각각 성남의뜰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환수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공개발을 내세워 시세보다 낮은 보상금으로 토지를 수용한 뒤 성남의뜰이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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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가 입주한 사무실의 우체통. PFV인 성남의뜰과 AMC인 화천대유, 화천대유의 종속회사인 천화동인의 우편물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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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에도 대장동 원주민 9명은 성남의뜰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토지 수용 후 분양받기로 한 아파트가 조성 원가가 아닌 감정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져 부담이 늘었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대장동 사업을 지켜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당시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영개발을 한다며 (거의) 반값에 땅을 강제 수용하고 아파트값은 민간개발처럼 고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시행사가 큰 수익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민간개발의 특혜를 막고 개발이익을 시민에게 돌려줬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반박에도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이유다.

대장동 개발은 표면적으론 공영개발로 도시개발법과 토지보상법에 따라 주민 동의 없이 토지 수용이 가능했다. 당시 대장동 논·밭의 경우 3.3㎡당 200만원대로 보상액이 책정됐다. 한국감정원에 위탁해 토주소유주, 사업시행자,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각각 추천한 감정평가사 3명의 평가액을 평균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호가는 보상액의 2배를 웃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영개발 전부터 개발 얘기가 돌던 곳으로 논·밭의 경우 3.3㎡당 호가가 50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남판교’로 불리는 대장지구는 개발면적 92만㎡ 규모로 900여개 필지 대부분이 논, 밭, 임야로 이뤄졌다. 판교와 맞붙은 입지 등으로 2004년 시가지화 예정용지로 지정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영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LH가 2010년 사업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압력을 가하는 등 안팎으로 부침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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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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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회 야당 의원들 행정사무조사 발의…통과 붙투명

이후 민간개발 방식이 제안됐지만,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는 공영개발을 결정했다. 5900여가구 규모의 대장동 개발 이익금으로 공원과 터널, 도로 등을 조성하고 이익금 1800여억원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우선 배당한다는 내용이다. 이 지사 측은 이렇게 성남시가 환수한 비용이 5503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시의 100% 출자사인 성남도시발공사가 사업비 조달 부담을 지지 않고 인허가 업무를 지원하면서 통상 10년 걸리는 개발사업을 3년 만에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본도 실적도 없는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가 사실상 사업 성공을 보장받는 특이한 구조를 띠게 됐다. 특히 화천대유는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혜택을 보는 대장동 개발에서 출자자 자격으로 대장지구 15개 블록(공동주택 12개, 연립주택3개) 가운데 5개 블록(공동주택 4개, 연립주택 1개)을 직접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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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사.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출자자가 일부 부지에 대해 직접 아파트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경기연구원의 2019년 1월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는 “성남시의 100% 출자사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대주주를 맡는 구조는 민간 택지지구 사업으로 인정된다”며 “공동주택용지 분양에 유리하고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미분양 없이 공동주택용지를 모두 분양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은 이 지사의 최측근으로 캠프 공약을 총괄하던 이한주 전 정책본부장이 원장으로 재직하던 곳이다.

이런 가운데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 15명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행정사무조사 요구 안건’을 최근 발의했다. 이들은 “초기 입안부터 컨소시엄 선정, 배당이익 설계 등 일련의 과정에서 불법적인 사항이 없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의회 재적 의원 34명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명을 차지해 오는 29일 시작되는 임시회에서 안건이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해당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축소판이라며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에 대해서도 행정사무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위례신도시 A2-8블록 6만4713㎡에 1137가구를 공급한 사업으로, 2013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도한 특수목적법인(SPC) ‘푸른위례프로젝트’가 시행해 2016년 마무리됐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화천대유자산관리’처럼 ‘위례자산관리’가 사업과 관련한 자산관리업무를 맡았다.

성남·수원=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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