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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천안문 추모’ 홍콩 시민사회 상징 ‘지련회’ 공식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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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창설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

연례 ‘6·4 촛불집회’ 개최…‘일국양제’ 상징적 존재

촛불집회 불허에 대대적 수사까지…“공식 해산”

“어떤 권력도 인민의 기억과 의식 앗아갈 수 없다”


한겨레

지난 2019년 6월4일 저녁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천안문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30주년 추모집회에 참석한 홍콩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홍콩에서 ‘6·4 촛불집회’가 열린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이다. 홍콩/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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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해 온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가 공식 해산됐다. 홍콩의 민주노총 격인 직공회연맹(HKCTU)도 조만간 총회를 통해 해산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홍콩 사민사회가 ‘궤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련회는 전날 오후 특별회원대회를 열고 지도부가 제안한 단체 해산 여부를 표결에 부쳐 찬성 41 대 반대 4표로 통과시켰다. 불법집회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리척얀 전 지련회 주석은 서한을 통해 “홍콩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어떤 형태로든 이전처럼 ‘6·4’를 기릴 것이라고 믿는다”며 “어떤 정치권력도 인민의 기억과 의식을 앗아갈 수 없으며, 지련회의 이념은 모든 홍콩인들의 가슴 속에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련회는 중국이 천안문 민주화 운동으로 들끓던 지난 1989년 5월20일 탄생했다. 시민 수만명의 자발적 참여 속에 천안문 시위 지지 집회를 열고, 모금운동을 벌여 2200만홍콩달러(현재 환율로 약 33억원)를 베이징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해 6월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된 뒤 지련회는 해마다 6월4일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 집회를 열어 희생자의 넋을 기려왔다.

지난 1997년 7월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지련회의 활동에 상징성이 더해졌다. 중국 전역에서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유일한 곳이 홍콩이다. 지련회의 존재 자체가 이른바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의 시금석으로 자리매김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6·4 촛불집회’를 불허했고, 최근엔 지련회 활동 관련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바 있다.

해산 발표에도 홍콩 공안당국은 “기존 수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압박을 이어갔다.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중련판) 쪽도 성명을 내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불법 시위를 주도한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련회 해산은 홍콩인들이 누려온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종말을 고했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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