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ET단상]초고령사회 '소통' 위한 난청케어, 국가 지원·인식 전환 대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이순규 히어닷컴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이달 말 부산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16.5%로 이미 고령사회에 도달했다.

노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노후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소통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청력 저하를 지목한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775만명 가운데 난청 환자가 약 170만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65세 이상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난청 증세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75세 이상에서 과반이 난청을 앓고 있을 정도로 노인성 난청은 흔한 질환이다.

특히 난청은 자연스럽게 인지 저하 및 치매로 연결돼 더욱더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화와 난청 인구 증가에 발맞춰 국내 치매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눈앞의 위험 상황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몸의 평형 기능이 떨어져서 낙상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가 40~69세 2017명을 대상으로 난청과 낙상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25데시벨(㏈) 정도의 가벼운 난청이라 해도 낙상사고 발생률은 정상인(0~20㏈)보다 3배 높고, 난청 정도가 10㏈ 낮아질 때마다 낙상 위험은 1.4배 증가했다.

2021년 미국의사협회 네트워크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서 발표한 '60~69세 미국 성인의 청력손실 및 신체활동 분석' 논문에선 청력이 떨어지면 신체 활동량이 매일 최대 29분 감소하고 좌식 생활이 증가, 7~10년 빨리 노화가 찾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노년층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실버' 세대는 기존의 노년층과 다른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고 있다. 여가와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일을 능동적으로 찾는 그들은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매일 스마트폰을 보면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활발하게 이용한다. 2021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2020년 전체 온라인 카드 결제 규모는 2019년 대비 약 49% 증가했다.

이러한 액티브 시니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잘 듣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노후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청력 저하'를 지목한다. 난청이 시작되면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커지면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는 인간관계 단절로 연결되고, 사회에서 소외되면 고립감이나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또 난청을 방치할 경우 달팽이관의 유모세포, 청신경 및 뇌의 청각기관 기능이 점점 저하돼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만족도와 기대치가 낮아지게 된다. 2006년에 60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한 대학의 연구에서는 개인별 쾌적수준(MCL; Most comfortable level)에서 50% 이하의 단어인지도(WRS; Word recognition score)를 보이는 경우 보청기 만족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는 난청의 특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보청기 착용시기를 놓칠 경우 높은 만족도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손상된 청신경을 완치하는 약물이나 수술법은 없다. 청각신경세포를 손상 이전으로 회복시킬 의학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조기에 보청기를 사용해서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청각 재활 방법이다.

보청기는 현재까지 난청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맞춤형 의료기기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보청기는 크고 불편하다' 같은 선입견에 따른 잘못된 정보로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난청을 계속 방치하면 증세가 더욱 심각해질 뿐만 아니라 보청기 착용의 최적기를 놓칠 수 있는 등 그릇된 사회적 편견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난청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며, 보청기를 조기에 착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노인성 난청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며 접근해야 한다. 난청은 인지기능 장애 및 우울증,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보청기 착용을 장려하는 등 적절한 청각재활 방법을 찾아 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지원사업 확대가 요망된다.

독일의 경우 보험 회사에서 지원하는 보청기 구입 보조금이 최대 1500유로(약 207만원)이다. 또한 소비자가 보청기 구매 전에 필수적으로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돼 있는 등 난청인을 위한 사회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히어닷컴은 이에 착안해 2015년 한국에 보청기 30일 무료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병원이나 전문기관 방문이 어려워진 시기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는 디지털 툴을 활용한 청력 관리 교육, 오프라인에서는 지속적인 청력 검사를 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청력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순규 히어닷컴 대표 scott.lee@hear.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