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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中, 멍완저우 석방에 "강대한 중국의 승리"… 체제 우수성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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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 체포 캐나다인 2명 즉각 석방… ‘인질 외교’ 드러내

세계일보

캐나다에서 풀려난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25일 캐나다발 에어차이나 전세기 편으로 선전의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 나온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선전=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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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49) 부회장이 약 3년만에 풀려나자 미·중 갈등 상황에서 ‘강대한 중국’이 큰 승리를 거둔 것을 강조하며 공산당 독재 체제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나섰다. 멍 부회장이 풀려나자 중국은 간첩 혐의로 체포한 캐나다인 2명을 즉각 석방해 사실상 ‘인질 외교’를 펼쳤음을 드러냈다. 멍 부회장 사건은 미·중간의 고도의 정치적 타결로 사안이 일단락됐지만 향후 양국 관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년9개월만의 가택연금 석방

26일 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2018년 12월1일 캐나다에서 체포돼 그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멍 부회장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하면서 석방돼 2년 9개월만인 25일 중국으로 돌아왔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를 설립한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다.

미 법무부는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데 합의했고, 멍 부회장은 화웨이의 이란 사업에 관해 HSBC 은행에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멍 부회장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기소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미 법무부는 피고인이 특정한 합의 조건을 지키는 한 일정 기간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자제하고, 멍 부회장이 합의 사항을 이행할 2022년 12월 1일 그에 대한 형사고발은 기각된다.

캐나다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직후 멍 부회장은 “지지와 도움을 준 조국과 조국의 인민에게 감사하다”며 “조국이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고 조국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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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1월 11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멍완저우(孟晩舟) 중국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밴쿠버의 법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밴쿠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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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광둥성 선전에 도착한 그는 기내에서도 “곧 위대한 조국 어머니의 품에 들어간다. 중국 공산당의 영도 하에 우리 조국은 번영·발전을 향해 가고 있다. 강대한 조국이 없다면 오늘 내 자유도 없다”며 “개혁개방 시기 성장하면서 공산당 영도 하의 중국과 중국 인민의 위대함을 직접 경험했다”고 거듭 조국과 공산당, 정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레드 카펫… 영웅 대접 받으며 중국 귀환

선전에 도착해 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비행기에서 나온 그는 레드 카펫이 깔린 트랩(이동식 계단)을 타고 내려와 빨간 장미 꽃다발을 받고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과 취재진 앞에서 성명을 낭독했다. ‘국가 영웅’ 대접을 받은 그의 가슴에는 붉은색 중국 국기 휘장이 달려 있었다.

멍 부회장은 성명 첫 마디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조국이여, 내가 돌아왔다”며 운을 뗀 뒤 “오성홍기가 있는 곳에는 신념의 등대가 있다. 신념에도 색깔이 있다면 분명 중국홍(차이나 레드·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일 것”이라고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발언을 꺼내들었다.

그는 “위대한 조국과 인민, 당과 정부의 관심에 감사한다. 보통의 중국인으로서 조국이 자랑스럽다”며 다시 조국을 강조한 뒤 “시진핑 주석이 관심을 가져준 것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고 시 주석 칭송을 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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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풀려난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25일 에어차이나 전세기 편으로 중국 선전의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해 꽃다발을 받고 있다. 선전=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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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방송(CCTV)과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매체는 멍완저우의 도착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날 공항에서는 가족 외에 외교부, 광둥성, 선전시, 화웨이 관계자 등 100여명이 그를 맞았다.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는 출발부터 귀환길에 함께 했다. 공항 실내에도 수많은 인파가 모여 그의 귀환을 환영했고 이들이 중국 국기를 흔들며 유명 애국 가곡을 선창하자 멍완저우도 따라 불렀다.

선전의 랜드마크인 핑안국제금융센터는 건물에 조명을 밝혀 ‘멍완저우 귀환 환영’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멍완저우가 가슴에 국기 휘장을 달았다#’는 해시태그가 5억건에 이르는 높은 조회 수를 올리는 등 인기 검색 화제 순위는 멍 부회장 귀환 관련 키워드로 완전히 도배됐다.

◆미국에 승리 주장 中… ‘인질 외교’ 자인

멍 부회장이 중국 내에서 이 같은 환대를 받는 것은 그의 기소 및 체포, 가택연금 등을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그를 무고한 희생자로 간주하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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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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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멍완저우 사건은 한 중국 국민에 대한 정치 박해 사건이고, 목적은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을 탄압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매체들과 인터넷에선 중국이 미국과 대결에서 승리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 논평에서 “멍완저우 사건의 본질은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려 시도한 것”이라며 “어떤 힘도 우리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고, 어떤 힘도 중국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강대한 중국은 중국 인민이 비바람을 막아내는데 가장 강력한 보장”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멍 부회장이 완저우가 유죄를 인정하지 않아 자신과 화웨이의 존엄을 지켰다면서 “이번 결과는 중국의 존엄도 효과적으로 수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 당국과 매체들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캐나다 국적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 이날 석방돼 귀국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멍 부회장 체포로부터 채 열흘이 지나지 않은 2018년 12월 10일 중국은 이들을 구금하면서 사실상 ‘인질 외교’를 펼쳤다. 중국은 멍 부회장과 무관한 단순한 법 집행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멍 부회장이 풀려나자 스페이버와 코브릭도 귀국길에 올라 사실상 ‘인질 외교’임을 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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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완화로 이어지기 어려워

멍 부회장이 풀려났지만 미·중 갈등이 완화되거나 분위기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우드로윌슨센터 산하 키신저미중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은 “미중 간 불신이 심각해 이번 석방 자체가 미중 관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승리’를 주장하면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애덤 시걸은 이번 석방에 대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이고, 중국은 멍 부회장 사건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특히 기술 분야 불신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내에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은 “멍 부회장이 미국 제재를 위반했는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공산당의 요구를 들어줬다”면서 중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자신들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복’으로 여길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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