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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플랫폼-게임업체 ‘월1000클럽’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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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인당 월 급여 1000만 원 넘기는 기업 속속 등장

동아일보

최근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거둔 인터넷 기업과 바이오 기업 중에서 직원 1인당 월 평균 급여가 1000만 원을 넘기는 이른바 ‘월1000클럽’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월1000클럽은 전통적으로 고(高) 직급 직원이 몰려 있는 지주사들 자리였으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서 몸값 높아진 IT개발직과 제약 분야 연구직에게 급여 및 성과급이 몰리면서 ‘젊은’ 기업들도 대거 입성했다. 판교발 연봉 인상 영향을 받아 삼성전자 등 대기업 노조 등서도 IT기업처럼 파격적인 급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IT기업 급여 인상 릴레이…월1000클럽까지

26일 기준 비금융권 상장사 1340개사(직원 100명 이상 회사 대상)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1~6월) 반년치 누적 급여가 6000만 원이 넘는 회사는 총 13곳이다. 이중 고직급 직원이 많은 지주사 ㈜LG(약 1억 원), SK㈜(6400만 원), 롯데지주㈜(6242만 원)를 제외한 10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최근 급여 인상이 두드러진 인터넷·제약 분야 기업이었다.

올해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는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카카오가 8300만 원, 네이버가 8123만 원으로 월 평균으로 치면 1000만 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네이버 측은 2019년부터 시작한 전 사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 반영된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도 올해 초 전 직원에게 자사주 10주를 제공하는 등 IT인재 확보 차원에서 상여금 등을 지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초부터 IT인터넷기업을 중심으로 연봉 인상 릴레이가 이뤄졌다. 2월 게임업체 넥슨이 전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연봉을 800만 원 인상하자 경쟁사인 엔씨소프트가 개발직군 연봉을 1300만 원 이상 올려주기로 약속하고 나섰다. 그러자 인터넷기업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보상 개선을 요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소통하는 등 직원 달래기가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되레 시장 확대 수혜를 입은 바이오 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제넥신은 올해 초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 수출 계약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매출 346억 원으로 전년 동기(94억 원)에 비해 268%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도 27억 원 흑자전환한 가운데 신약 개발 투입을 위해서 연구직 확보 등이 이뤄지면서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가 6800만 원으로 뛰었다. 진단시약 전문기업인 씨젠 역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엔 2886만 수준이던 반년치 급여가 올해 상반기엔 6030만 원으로 월1000클럽에 들어왔다.

한편 일부 IT기업들의 연봉 인상 영향 등으로 월1000클럽이 속속 등장하자, 기업간 위화감이 커지고 인재 쏠림 현상으로 인해 중소기업 성장 기반이 약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사 기업도 약진…대기업도 릴레이 연봉 인상 영향 받나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상사 기업들도 수출 호조와 사업 다각화 성공 등에 힘입어 월1000클럽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해까진 코로나19 탓에 위축됐던 글로벌 물동량이 올해 들어서 크게 늘어난 데다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면서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LX인터내셔널(이전명 LG상사)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엔 1인당 평균임금이 43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5900만 원까지 뛰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같은 기간 4300만 원에서 53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임금이 올랐다.

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던 2018년 등 성과급 영향을 받았던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7474만 원에서 5859만 원으로 올 들어 상반기 급여가 줄었다. 삼성전자도 4600만 원에서 4800만 원으로 다소 인상폭이 완만했다. 현대차 역시 이 기간 3900만 원에서 3800만 원으로 상반기 급여가 소폭 줄었다. 이들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IT업계처럼 대폭 급여 인상에 나서다라는 요구가 강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는 내달 5일 사측과 상견례와 첫 임금·복지 교섭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노조의 임금 협상안 초안엔 직원 계약 연봉을 1000만 원 이상 일괄 인상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IT업계와 같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 이를 반영한 것. 삼성전자 측은 “노조와 성실히 협상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현석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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