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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상회담'까지 꺼낸 김여정…"北, 경제난 풀고 싶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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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the300]전문가들이 본 김여정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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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난 29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6.30.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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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한 걸 두고 전문가들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분석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탓에 이번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25일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특히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조선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며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 기준'은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면서, 남측은 한미 연합훈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진행하면서 '대북 억제력 확보'라고 한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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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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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이끌려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북 제재 완화와 핵보유국 인정 등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부부장이 '이중 기준을 탈피하라'고 하는 등 몇가지 조건을 내 걸었는데, 이건 결국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같은 북한이 원하는 게 것"이라며 "우리 정부나 미국은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다른 방향으로 서로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계기가 될 수 있는데, 북한이 실익이 있다고 판단할때 정상회담에 실제 나설 것이다. 식량이나 백신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그동안 우리 정부에 비난을 해왔던 김 부부장이 이처럼 남북 간 접촉 가능성을 언급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데 대해 내부 사정이 있을 것이란 지적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접경 봉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북한으로서는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긴급하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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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1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해 남북 기본합의서 30주년 평가 및 남북관계 비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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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언제까지 우리와 무한 군비경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명분으로 한국과 관계도 복원하고 미국과 대화도 하면서 경제난도 풀고 싶어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 김 부부장이 얘기한 '남북 정상회담'이 실제로 열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 국면에 달렸겠지만, 북한이 손에 쥐는 게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큰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북 제재 완화를 비롯해 북한이 원하는 실질적인 문제는 결국 미국이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싱가폴 회담 경험을 한번 했기 때문에 손에 쥐는 실익이 있어야 적극 나설 것"이라며 "결국 미국이 움직여야 가능한 문제이고, 우리 정부가 미국을 움직이게 할 수 있냐도 중요한 포인트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제안한 것을 바탕으로 김 부부장이 담화를 냈고, 북한이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관건이겠지만,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남북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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