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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투명 5G, 안전 공급망” 쿼드 성명, 文-바이든 합의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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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를 위해 이동하는 정상들. 왼쪽부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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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핵심ㆍ신흥 기술 분야에서도 ‘가치’를 기준으로 대응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24일(현지시간) 열린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4국의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에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미 지난 5월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물에 유사한 원칙이 담겼고, 쿼드가 이를 더욱 ‘진화’시켰다는 점이다.



한ㆍ미 “민주 가치” 쿼드 “공유 가치”



대면으로는 처음 열린 정상회의에서 쿼드 정상들은 공동성명, 설명자료(Fact Sheet), ‘기술의 디자인, 개발, 관리, 사용에 대한 쿼드의 원칙’ 등 3개 결과물을 발표했다. 기술 분야에 대한 구체적 결과물을 별도로 도출한 것 자체가 쿼드가 해당 분야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핵심은 ‘가치’였다. 쿼드 공동성명에서는 “핵심 신흥 기술이 디자인ㆍ개발ㆍ관리ㆍ사용되는 방법이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에 따라 형성되도록 하기 위한 협력에 착수한다”“안전하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5G 네트워크 발전 등을 위해 협력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기술 및 물자의 공급망을 그려내고 있으며, 회복성 있고 안전한 공급망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이니셔티브’를 런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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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정상회의 결과물로 도출한 '기술의 디자인, 개발, 관리, 사용에 대한 쿼드의 원칙'.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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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과 투명성 등은 중국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를 ‘트로이의 목마’로 인식해왔다. 통신망을 통해 민감한 국가 기밀이나 기업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보내는 뒷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닮은 언어, 한-쿼드 접점 확대



앞서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발표한 성명에도 “우리는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5Gㆍ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있다.

설명 자료엔 “한ㆍ미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민주적 가치에 따라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조성하고, 신뢰할 수 있고 가치 중심적인 디지털 및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기로 약속한다”며 ‘민주적 가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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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런 한ㆍ미 및 쿼드 정상 간 합의물의 유사성은 핵심ㆍ신흥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과 쿼드 간 협력의 접점이 커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쿼드에 공식 참여하지 않더라도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쿼드 가입과 관련해선 “공식 요청받은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분야별 협력’은 가능하다며 문을 열어놓고 있다. 협력이 이뤄질 분야가 미ㆍ중 경쟁의 최전선인 반도체 등 신흥기술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쿼드 “보편적 인권 존중” 中 겨냥



이에 더해 쿼드는 신흥기술 분야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가치를 “보편적 인권 존중”으로 구체화하며 한발 더 나아갔다.

기술 분야 원칙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적응 가능하며, 역동적이며,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존중 등 보편적 가치에 맞는 접근 ▶자치, 인간의 존엄성 등 공동의 가치를 증진 ▶차별적 행동의 결과와는 무관한 평등하고 포용적 과정 ▶전체주의적 감시나 억압 등을 위한 악용 및 남용 금지 등을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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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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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기술 분야에 대한 인권 적용은 한ㆍ미 공동성명에는 없는 개념이지만, 한국이 참여한 다자회의 결과물에는 이미 반영됐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한국 등 초청국까지 포함해 11개국이 참여해 합의한 ‘열린 사회 성명’이다.

해당 성명에는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가 공동의 위협에 맞선다는 정신으로, 우리 공동의 가치를 반영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신흥 기술의 디자인 및 적용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다.



진화하는 바이든의 가치 외교



이런 흐름을 보면 ‘가치 외교’를 통한 중국 때리기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이 일관되게, 차근차근 동맹과 우방을 규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3월 쿼드 화상 정상회의 공동성명 ‘쿼드의 정신’에서는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며, 회복력 있는 인도 태평양(정신)과 일치하는 혁신을 담보하기 위한 미래 핵심 기술에서 협력을 시작한다”고만 했다가→5월 한ㆍ미 정상 공동성명에선 “민주적 가치”를 포함했고→6월 G7 정상회의에선 “인권 존중”을 넣고→이번 쿼드 정상회의 결과물에선 존중해야 할 인권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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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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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신흥기술 분야에서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자체가 ‘중국 언급 없는 중국 때리기’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한국도 핵심 당사자로 자연스럽게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美 “한국도 함께 하길 희망”



이와 관련,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등 더 많은 동맹의 쿼드 참여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쿼드는 하나의 도전이나 하나의 경쟁자에 대한 게 아니라 우리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서 비롯된 협의체”라며 “함께 했을 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며, 우리의 동맹국 한국과 함께 그렇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편 쿼드 정상들은 ‘인프라 파트너십’도 새롭게 런칭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 개발을 촉진할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또 “우리는 주요 채권자들이 국제적 규범과 기준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차관 관행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엔 부채의 지속 가능성과 책임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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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직격 ‘인프라 파트너십’도



지속 가능성과 부채, 채권자를 언급한 건 중국의 일대일로(육ㆍ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진행하며 개발사업 지원을 명목으로 해당 국가에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떠안긴 뒤 이를 갚지 못하면 국가 기간 시설의 지분을 넘겨받는 일들이 벌어지며 ‘부채 외교’라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쿼드 공동성명은 “우리는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유사 입장국들과 협력하길 기대한다”며 협력의 문도 열어놨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다수 국가에 유ㆍ무상 원조를 제공하는 한국 역시 협력 대상으로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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