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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멍완저우 한밤 '레드카펫 귀환'…공항서 두팔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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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5일 밤 9시 50분(현지시간) 중국 선전 바오안 공항에 중국 정부 전세기가 도착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레드카펫을 통해 걸어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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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1028일 만에 귀국길...中 국빈급 환대



“시진핑 주석이 국민 한 명의 안위에 관심을 갖고 내 일을 마음에 담아준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25일 밤 9시 50분(현지시각) 중국 선전(深圳) 바오안(宝安) 공항에 중국 정부 전세기가 도착했다. 공항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항공기엔 오성홍기가 선명했다. 선실의 문이 열리면서 붉은 드레스를 입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멍 부회장은 환영 인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현장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의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었다. 국빈급 환대였다. 사람들은 “가창조국”(哥昌組國·조국을 노래하다)를 부르기 시작했다. 중국 주요 행사의 개막곡으로 불리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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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명의 사람들이 '멍완저우 여사의 귀향을 환영합니다'는 플랜카드와 중국 오성홍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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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린 멍 부회장에 방호복으로 무장한 직원 2명이 꽃다발을 건넸다. 인파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정작 멍 부회장은 마스크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만면의 미소를 띠며 10여 미터 앞에 설치된 연설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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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부회장에 방호복으로 무장한 직원이 꽃다발을 건넸다. 멍 부회장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하오칸스핀 캡쳐]






“시 주석에 감동...국민 지켰다” 추켜세운 멍완저우



멍 부회장은 “1000여 일 만에 저는 마침내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국땅에서 시름으로 가득했지만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가슴은 말할 수 없이 벅차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중국 국민으로서 한순간도 당과 조국, 국민의 사랑과 온기를 느끼지 않은 적이 없다”며 특히 “시 주석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중국 기업과 국민의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지켜줬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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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의 한 쇼핑몰에 멍완저우 귀향 환영이란 대형 플랜카드가 붙었다. [웨이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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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시 시내엔 주요 랜드마크 건물들은 ‘멍완저우 귀향’이란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룽강(龍江)에선 드론 300대가 공중에 떠올라 ‘월시고향명’(月是故鄕明ㆍ누구나 고향이 있다)이란 글귀를 연출하기도 했다.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런정페이(任正非)의 큰 딸이다. 2018년 12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1028일 만인 지난 24일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해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멍 부회장을 미국의 대(對) 중국 압박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해왔다.



인민일보 “중국 인민의 대승리...미국의 비난은 완전 날조” 맹비난



중국은 멍 후회장의 귀환을 미국에 맞선 중국의 승리라며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6시간 동안 귀환 과정을 생중계한 데 이어 인민일보는 26일 1면에 “어떤 세력도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설을 통해 “멍완저우의 귀향은 당중앙위와 강력한 영도와 중국 인민의 대승리”라고 자평했다. 또 멍완저우 사건은 “중국인을 겨냥한 정치적 박해이며 중국 하이테크 기업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멍 부회장의 사기에 대한 미국의 비난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에 대한 박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법을 사용했지만 국제사회는 미국과 캐나다의 법이 미국을 위한 도구일 뿐이란 걸 알고 있으며 어떤 정의도 정당성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미국과 캐나다의 잘못이 드러났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멍완저우의 이른바 사기 혐의는 순전히 조작됐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전형적인 자의적 구금 조치”라며 “중국 기업 박해 사건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미·중 최대 걸림돌 사라져”…관계 회복 전망도



하지만 멍완저우 석방이 미ㆍ중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지난 1000일은 국제 관계에 있어 전복의 시간이었다”며 “멍완저우의 석방이 중·캐나다, 중·미 관계의 완화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쑹루정(宋魯鄭) 푸단대학 국제관계 연구원은 “멍완저우의 귀환으로 미·중 양국 사이의 최대 논란거리가 사라졌고 트럼프 정부가 2018년 부과한 보복관세의 철폐를 포함해 다른 분야의 추가 협력의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보복관세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는 논의가 이르면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멍 부회장은 현행 '14+7' 출입국 검역 정책에 따라 14일간의 중앙집중식 격리 후 7일간 집에서 격리할 예정이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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